이스라엘, 가자 시위대 유혈진압…팔레스타인 16명 사망

by고준혁 기자
2018.03.31 09:56:37

4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예루살렘 내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인 가자 지구에서 소년들이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란 발표에 반대하고자 거리로 나선 모습. (사진=AFP)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이스라엘군이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4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영국 BBC와 AFP·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들은 유엔 안보리는 쿠웨이트 요청으로 이날 오후 가자지구 위기 상황에 대한 비공개 회담을 개최한다고 전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주민 다수가 ‘땅의 날(Land Day)’을 맞아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시위를 진행하자 이스라엘군이 강경 진압으로 맞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1416명이 다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2014년 7~8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50일 전쟁’ 이후로 최대다. ‘땅의 날’은 1976년 3월 30일 이스라엘의 영토 몰수에 항의하던 팔레스타인인 6명이 이스라엘군의 강제 진압으로 숨진 사건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안보리에 “팔레스타인인 보호”를 요청했다. 아바스 수반은 “많은 사람이 참여한 평화적 시위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데 대해 국제사회가 긴급히 개입해 팔레스타인을 보호해줘야 한다”며 “모든 책임은 이스라엘 당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 관계자는 부상자가 최소 400명이며 사망자 중엔 16세 소년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탱크와 저격수를 배치하고 드론으로 최루가스를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시위대가 군사폐쇄지역을 침범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보안장벽 인근 5개 장소에 1만 7000명이 집결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장벽에 화염병 등을 던지는 주요 주동자에 발포했다고 밝혔다.

IDF 대변인은 가자지구 측 사망자는 보안장벽을 넘거나 훼손하려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정해진 장소에 있었지만 일부는 보안장벽에 다가갔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그러면서도 BBC 방송은 청년들이 보안장벽 인근에서 시위한 건 과거에도 있던 일이기 때문에 이번 진압은 이스라엘의 과잉 반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