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지혜 기자
2017.12.17 10:36:50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의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20만 명을 넘겼고, 관련 예산이 201억원 늘었지만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1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외상센터의 민낯에 대해 다뤘다.
이날 방송에서 이른바 ‘JSA(공동경비구역) 귀순 병사’를 살려내며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이 교수는 정부가 내년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추가 지원하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을 보는 것 같다”며 더이상 기대도,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해 일약 ‘국민 영웅’이 되어 외상센터의 개선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예산이 정작 환자 치료 현장에 쓰이지 않고, 이익에 눈 먼 일부 병원과 의사들의 손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교수도 예산이 늘었다는 기사에 자신의 이름과 헬기 사진이 쓰였지만, 응급의료전용헬기를 새로 지급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일부 권역외상센터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목숨을 잃은 환자의 경우와 사고 후 “운이 좋게” 바로 수술에 들어가 살 수 있었던 환자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시청자들은 남이 아닌 나,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의료진의 참혹한 현실이 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권역외상센터에서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의료진이 60.9%, 한 달 중 야간 근무를 한 횟수는 ‘7일~10일’이 42%로 가장 많았다. 또 전국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에서 무려 88.7%가 ‘외상 외과를 선택하지 않겠다’라고 답변했다.
규정상 권역외상센터는 한 곳당 최소 20명의 전담의사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올해 6월 이 기준을 충족하는 권역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이 교수는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찬 행사에서도 “정치권과 언론에서 예산을 만들어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까지는 안 내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에게 참담한 마음으로 죄송하다”며 “(국민이) 청원해 예산이 늘어나면 외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지 않느냐.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피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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