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발전법' 놓고 밥그릇싸움 그만
by박철근 기자
2016.03.30 07:00:00
[박용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 작년말 우리 회사는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채용공고를 내자 우수한 인력들이 다수 지원했다. 면접과정에서 한 응시자는 절절하게 호소했다.
“저는 4인 가족을 책임져야 합니다. 저를 뽑아주세요. 무슨 일이든 업무로 실천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는 진정성과 절박함이 배어있었다. 그의 호소는 면접관들의 심금을 울렸고 좋은 성적으로 채용됐다. 지금 그는 누구보다도 창의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여야간 치열하게 논쟁을 펼쳤던 서비스산업발전법이 국회에 그대로 계류된 채로.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자금, 인력, 기술, 창업, R&D(연구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지원근거를 마련하는 기본법이다.
정부가 이법의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견인하자는 데 있다.
이 법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시행,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설치운영,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활성화 및 투자확대, 서비스산업분야 정보통신기술 활용촉진, 자금·조세·인력 등 서비스산업 지원근거 마련 등이 골자를 이룬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 법이 왜 여야간 정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정부의 주장은 이렇다.
한국이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써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현재는 저성장과 청년실업 문제로 심각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을 기반으로 한 경제시스템만으로는 지속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고용률 70% 달성)하고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의 반대이유는 이렇다.
이 법 제2조에서 서비스산업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의료분야를 서비스산업에 포함시킬 경우 ‘의료민영화→의료비상승 →의료혜택 소외계층 형성’ 등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서민에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기획재정부장관으로 할 경우 의료·보건 등 공공성 있는 서비스 분야까지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예속돼 민영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이 논란의 원인이 궁금해 서비스산업발전법 전문을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그런데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보건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은 한자도 발견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이 법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는 “서비스산업에 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해 다른 법의 우선권을 보장하고 있어 의료 및 보건에 관한 법률을 고치지 않은 한 공공성을 침해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해법이 있는 것 아닌가?
서비스산업은 의료·보건 분야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산업 발전법은 제정하되 의료·보건과 관련된 개별법에서 공공성을 유지하도록 한다면 서비스산업 발전과 의료·보건의 공공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산업 발전과 공익의 충돌을 지혜롭게 우회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여야가 사활을 걸고 싸울 일이 아닌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를 생각해 보자.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던가?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을 생각할 수 있을까? 무조건적 반대보다 긍정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모습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며칠전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몇가지 기사가 떠오른다.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 인간의 일자리 위협할 것’, ‘청년실업률 12.5%, 사상최고로 비상’ 등. 모두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암울한 징후들이다.
미래 인간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예견되고 이미 한국의 청년실업률(12.5%)이 미국(10.8%), 일본(5.0%), 독일(7.1%)을 능가하면서 청년들이 실업에 신음하고 있는 이 때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이해집단의 밥그릇 싸움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4인가족을 책임져야 한다고 호소하던 응시자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