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급한 불` 끄려다 산은 또 다시 적자 우려

by최정희 기자
2015.07.24 06:00:00

산금채 발행으로 자금 조달..이자비용 급증 예상
대우조선, 부채비율 조선3사 중 가장 높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발목 잡힌 산업은행이 2013년 이후 2년만에 다시 적자를 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이 최대 3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자본 확충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면서 자금조달 방안으로 산금채(산업금융채권) 발행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금융으로 가뜩이나 재정 부담이 커진 상황에 조선사 구조조정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산은의 재정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은은 대우그룹 해체의 여파로 2000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흑자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STX그룹의 구조조정으로 대손충당금이 많아지면서 적자를 냈고 지난해 2700억원(총포괄이익)의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대우조선 지원문제로 다시 적자상태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대한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산은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예수금과 산금채인데 예수금 규모는 적다”며 “산금채로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부채 비율은 올라가게 되고 한 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산은은 지난해 2조760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바 있다.

잇따른 조선사 구조조정으로 자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산은은 정책금융공사와의 합병으로 수익성은 더 나빠진 상황이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위해 3년간 총 15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산은에 2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했지만, 주택금융공사 등 대부분 비상장 공기업 주식이 출자되면서 이 역시 산금채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1년 만기 원화 산금채는 최근 연 1.67%내외에 불과하지만 만기가 길어지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가시화하면 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산은이 대우조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대우조선에 대한 지분율도 현재 31.46%에서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은 높아지지만 보유한 대우조선의 지분 가치가 하락하면서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산은은 지분법 평가법(연결 기준)에 의해 대우조선의 지분 가치 변동분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고 있는데 2000년 지분 취득 이후 꾸준히 이익을 내왔고, 지난해에도 466억원을 이익으로 반영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 부분이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또 대우조선에 제공한 2조4000억원 규모의 여신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산은은 지난해 STX그룹 등의 구조조정으로 1조9900억원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했다. 대우조선은 STX조선 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비용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산은에 대한 정부 출연금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지분법 평가로 산은이 대우조선과 관련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자기자본비율(BIS)이 13.7%(2014년말 기준)로 높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자본확충을 결정하면 대우조선에 최대 2조원이 지원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얼마나 많은 자금을 수혈할지에 대한 기준점은 부채비율이다. 자금 수혈을 통해 부채비율을 어디까지 낮춰줄 것인지가 관심이다.

대우조선은 조선3사(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포함)중 부채비율이 유독 높다. 최근 5년 평균치(2010년~2014년)를 비교해봐도 삼성과 현대는 185%수준인 반면 대우조선은 286%다.

대우조선은 수주 잔고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할 만큼 수주량이 타사에 비해 많아 그만큼 운용자금이 소요돼 부채비율이 높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부채비율을 삼성이나 현대에 맞춰 낮추다 보면 자금 수혈이 과도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등에서 손실을 봤지만, LNG선, 친환경 선박 등에선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단 평가를 받아 자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우조선이 공시한 연결재무제표(2011년 회계기준 바뀌면서 변동있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올 1분기(1~3월)까지 영업활동으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2011년 23억원 현금유입은 제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기간에 당기순이익은 1분기 적자를 제외하곤 계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주를 받고 매출채권(매출액)으로 잡았지만, 해양플랜트의 설계 변경 등으로 공정 진행이 느려지면서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없었단 얘기다.

2008년부터 올 3월말까지 누적된 현금흐름과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을 합하면 3조1000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면 부채비율이 1000%대로 올라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를 분산해 손실로 반영하는 부분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