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매매 살리려 전세 버린 '기준금리'

by김성훈 기자
2015.03.14 07: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25% 낮췄습니다. 기준 금리가 2%대에 턱걸이한 지 5개월만입니다. 7개월 새 금리가 0.75%나 내리면서 사상 첫 1%대(1.75%) 금리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금리가 내렸다는 건 은행에 돈을 예금해도 신통치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달리 보면 ‘이자를 싸게 줄 테니 돈을 더 빌려라’는 뜻으로도 보이네요. 언뜻 ‘가진 돈에 빌린 돈을 합쳐 뭐라도 좀 해봐’라는 문구가 보이는 거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입해 보죠. 올 들어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2달 연속 월별 최다치를 찍었습니다. 때마침 전셋집은 하루가 다르게 증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2억원 이하 전세 아파트는 이달 현재 총 26만 5167가구로 2010년(63만 698가구)과 비교해 58%(36만 5531가구)나 줄었습니다. 2억 전셋집이 매년 9만여 가구 가까이 사라진 셈입니다. 특히 지난해 말 33만 3994가구에서 이달 들어 25만 167가구로 두달 새 8만 3827가구가 줄었습니다.

전셋집에 사는 세입자는 고민이 많아집니다. 빌린돈의 이자가 줄어든 상황. 2년마다 올려주는 전세금에 돈을 보태서 이참에 집을 살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맴돕니다. 올해 주택 거래가 지난해(100만여건) 거래량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향후 금리가 어떻게 될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리에 돈을 빌렸는데 외부 요인으로 금리가 오르기라도 한다면 낼 이자가 늘 것이고 원금 상환은 더뎌질수 밖에 없겠죠.

더욱이 매년 유동적인 아파트 입주 물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새 아파트 물량이 늘면 수요대비 공급이 많아져 집값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집값이 곤두박질이라도 친다면 남은 빚이 집 값보다 많은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될 우려도 있습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정부가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출로 집을 구했다가 입주 과다로 집값에 변동이 생길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매매 가격의 70%까지 차오른 전셋값 해결이 시급한 지금, 정부는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며 ‘이자를 깎아 줄테니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말합니다. 정부의 제안대로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을 해야 할지, 아니면 사라져가는 전셋집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할지 고민이 늘어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