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토확장 야욕 반복에…파나마·그린란드 '선긋기'

by김윤지 기자
2025.03.06 06:26:21

파나마 대통령 “트럼프 또 거짓말”
11일 총선 앞둔 그린란드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안될것”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파나마와 그린란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토 확장 야욕을 5일(현지시간) 일축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엑스(X, 구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또 거짓말을 했다”면서 “파나마 운하는 ‘복구’ 중이 아니며 파나마의 것이고, 앞으로도 파나마의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사진=AFP)
그는 파나마 운하 통제권과 관련해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논의된 바도 전혀 없다”면서 “파나마와 모든 파나마 국민을 대신해 진실과 국가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모욕을 거부한다”고 분노했다.

그는 “우리 정부 간의 협력은 상호 이익이 되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면서 “그것은 ‘운하 회복’이나 국가 주권을 훼손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이라면서 “이미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루비오 국무장관이 파나마 운하 환수 작업을 담당한다고 소개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길이 82㎞의 파나마 운하는 미국 주도로 1914년 완공돼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1999년 파나마로의 소유권 이전이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계 기업 CK 허치슨 홀딩스가 파나마 운하 인근 2개 항구를 운영하는 것이 파나마 운하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1977년 미국·파나마 조약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으로의 통제권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홍콩계 기업의 항만 운영 지분 또한 미국계 회사로 넘어갈 전망이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례적인 풍경도 연출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그린란드 주민들의 권리를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여러분(그린란드 주민들)이 원한다면 미국은 여러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정학적 위치와 풍부한 광물 자원 등을 이유로 집권 1기 시절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를 통해 “우리는 미국인이나 덴마크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우리는 판매용이 아니며 가져갈 수 없다”면서 “우리의 미래는 그린란드에서 우리에 의해 결정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린란드는 오는 11일 총선이 예정돼 있다. 현재 에게데 총리의 ‘이누이트 공동체당’(IA·12석)은 전진당(Siumut·10석)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연정은 의회 전체 31석 가운데 22석을 차지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그린란드인은 미국으로의 병합을 반대하며, 궁극적으로는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