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앞두고 부모님 잃어"...브레이크 고장 아니었다
by박지혜 기자
2024.08.20 07:11:2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석 달 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함께 사찰을 찾은 두 부부가 60대 여성 운전자가 몰던 SUV에 치여 3명이 숨졌다.
당시 운전자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처음부터 시동이 걸려 있지 않았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지난 5월 15일 오후 4시 15분께 경북 구미시 도개면 신곡리 문수사 앞 내리막 도로에서 A(64)씨가 운전하던 투싼 차량이 보행자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60대 남성 2명과 5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50대 여성이 크게 다쳤다. 이들은 부부 동반으로 사찰을 찾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남편과 아내 모두 사망한 부부는 딸의 결혼식을 열흘 앞두고 사고를 당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A씨 차량 동승자 60대 여성 2명도 경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는 A씨 차량이 약 35도 급경사 도로에서 브레이크가 파열되면서 길을 가던 사람들을 덮친 것으로 추정됐다.
A씨도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애초에 시동이 꺼진 채 내리막을 달린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20일 SBS에 따르면 사고 전 비탈에 주차돼 있던 A씨 차량은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출발해 갑자기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내려가다 보행자 4명을 치고 도로 옆 개울에 빠진 뒤에야 멈췄다.
사고기록장치(EDR)와 차량 블랙박스엔 엔진 회전이 감지되지 않았고 브레이크 등이 꺼지는 모습도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포착됐다.
경찰은 A씨가 차 키를 반쯤 돌려 전원이 들어오자 시동이 걸린 것으로 착각해 기어를 주행으로 바꾸면서 차가 움직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도 A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불구속 기소했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 차가 경사로에서 움직일 땐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고 주변 지형지물에 부딪혀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