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사유 깃든 정성스러운 몸짓… '굽이굽이' 삶의 여정 고스란히
by윤기백 기자
2024.07.08 08:19:26
-심사위원 리뷰
차진엽 안무 ''몽유도원무''
한국 춤과 현대무용 조화롭게 결합
현실과 이상 넘나들듯 몽환적 표현
[최지연 창무회 예술감독]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공연으로 현대무용가 차진엽의 ‘몽유도원무’(6월 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관람했다. ‘몽유도원무’는 2022년 40분 분량의 초연 작품을 60분으로 확장한 공연이다.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 만난 안무가 차진엽은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의 스토리 텔링보다는 장면마다 개인의 사유를 담아냈다고 했다. 그리고 컨템포러리라는 이름으로 한국 춤을 해체하거나 변질시키지 않도록 어떻게 한국 춤과 자신의 춤이 결합해 화학작용을 이룰 수 있을지 초점을 뒀다고 했다. 그것을 결국 잘 이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용수들과 그 의미를 서로 되새기며 정성스럽게 춤을 대하고 함께 몸을 움직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얼마나 진중하게 고민하며 완성한 작업이었는지 같은 작업자로서 충분히 공감했다.
안무는 단어 하나에서도 영감을 받고 풀어나갈 실마리를 감지한다. 이 작품에서는 ‘굽이굽이’였다. 우리네 정서는 ‘굽이굽이’에 오롯이 담겨 있다.
‘몽유도원무’는 봇짐을 가득 짊어진 무용수의 첫 등장부터 한국 춤과 어우러지는 조화를 짐작게 했다. 이내 무용수들의 몸으로 겹친 그림자들의 형상이 꿈길로 인도했다. 현실과 이상세계가 나란히 있는 그림 속 ‘굽이굽이’ 이어지는 풍경을 우리 삶에 빗대, 고단한 현실을 극복하려 몸부림치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여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은 현실과 이상세계를 넘나드는 듯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크게 두 개의 장면으로 연출되는데 1막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여정을 담담하게 그린 수묵화였다. 굽이굽이 일렁이고 흔들리며 물을 가득 머금은 채 번짐의 효과로 비치는 영상은 한껏 그림 속으로 젖어 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화폭 속 인물이 되게 했다.
2막은 이상 세계인 ‘도원’을 다채로운 색감과 다양한 표현으로 이뤄진 채색화처럼 판타지의 미장센을 그려냈다. 무용수들의 시선, 움직임, 독특한 의상으로 하여금 애니메이션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고, 그 색감과 초록 주머니로 일렁이는 몽환적인 영상과의 조화가 절묘했다. 안무가 차진엽의 정성어린 고민의 결과가 보여 감사함마저 들었다.
9명의 무용수가 혼신을 다하는 몸짓, 한명 한명이 독특하게 두드러지면서도 조화를 이뤄낸 구성은 춤추는 사람으로 하여금 춤출 맛 나게 하고 신명 나게 했다. 자신의 장면을 완벽히 소화해 낼 수 있게 하는 동기와 열정을 갖게 했다.
이는 마음과 귀를 열고 경험한 바를 충분히 나누는 작업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한 무용수들과 스태프들의 성공적인 협업이었다. 춤과 미디어 아트, 음악, 무대, 의상 등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굴곡지고 고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마치 도원에서 노닐 듯 신명 나는 삶의 여정을 여실히 표현했다. 공연의 여운이 이어지고 색감과 굽이치는 에너지와 기분 좋은 판타지를 경험하며 모처럼 객석에서 같이 춤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