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논의' 들어간 美 연준…한미 금리 역전폭 줄어드나
by하상렬 기자
2023.12.14 06:38:39
연준, 3회 연속 금리 동결…사실상 인상 종료
한미 금리 역전폭 6개월째 2%포인트
내년 금리 점도표 5.1%→4.6% 하향조정
파월 "언제 정책 완화를 시작할지 고민"
한미 금리차 부담 던 한은, 통화정책 숨통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미 금리 역전폭이 6개월째 2%포인트로 지속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정책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린 이후 9월, 11월, 12월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물가와의 전쟁에서 아직 승리를 선언하긴 이르다고 평가하면서도, 최종금리에 근접해 있다며 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했다. 연준은 내년 최소 세 차례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연준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14일 새벽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3회 연속 금리 동결로, 사실상 금리 인상 싸이클이 종료됐음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 승리 선언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등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두며 ‘매파적’(긴축 선호)인 입장을 보이는 듯했지만, “최종금리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사실상 추가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더욱이 파월 의장은 “언제 정책 완화를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금리인하는 경제 악화가 아닌 정상화 신호일 수 있다”라고도 밝혔다.
연준 이사들은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4.6%로 제시했다. 3개월 전 예측(5.1%)보다 낮춰잡으며 내년 중 최소 세 차례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기존 두 번 가량 내릴 수 있다는 전망보다 눈높이를 낮춘 셈이다.
FOMC 위원 19명 중 가장 많은 6명은 내년 기준금리 수준을 4.5~4.75%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5명은 4.75~5.0%이었고, 4명은 4.24~4.5%였다.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1명은 3.75~4.0%였다.
특히 연준은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내년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석 달 전(2.5%)에서 2.4%로 소폭 낮췄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도 2.6%에서 0.2%포인트 낮춘 2.4%로 잡았다. 경제성장률은 1.5%에서 1.4%로 낮췄다.
이에 시장은 환호했다. 파월 의장 기자회견 직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1%초반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2년물과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각각 15~25bp(1bp=0.01%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언제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갈 지로 모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1월 FOMC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16.1%로 전일(4.0%)보다 확대됐다. 당장 연초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미국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진입하는 시점을 점점 앞당기는 분위기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 시점을 2026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내년 하반기 달성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2% 물가 목표 진입 시점은 2025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입장에선 이번 FOMC 결과로 통화정책을 보다 여유 있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준의 금리완화 시점이 앞당겨지는 만큼, 현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하다가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는 것을 본 뒤 금리인하에 나서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문구를 통해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고 명시했다. 직전 ‘상당기간’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긴축 기조가 6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시장에선 ‘상당기간’을 6개월 정도로 생각하는데 물가상승률이 2%대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6개월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