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은행 CEO선임, 숏리스트로 평상시 검증해야"

by노희준 기자
2023.03.04 12:19:33

김우진 금융연구원 보고서...롱리스트 관리 부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배심원 제도 참고할만
국내 사외이사 거수기 VS 금속탐지지 안 울려도 역할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지주나 은행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과 관련해 3명 이내의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우선 선정해 상시적으로 역량을 검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4일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지주의 거버넌스 이슈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지금처럼 내부 임원 및 외부 명망가 위주의 롱리스트(long list, 잠재후보군)를 형식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의 롱리스트(잠재후보군) 방식보다 숏리스트의 후보군(예시 3명 이내)을 우선 선정하고 상시적인 접촉 및 의견청취 등을 통해 후보군의 능력과 자질을 평상시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사회가 임원 후보추천위원회 소속의 사외이사가 검색엔진에서 제공하는 정보 수준으로 후보자 대부분을 알고 있다면 경영진 승계 과정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평사시에) 후보자의 성품이나 업무 능력,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위기관리 대처 능력 등을 지켜볼 기회를 얻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서는 미국 사법부의 배심원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배심원 제도처럼 사외이사만의 비공개 간담회 정기적으로 개최해 독립적이고 심도있는 토론이 가능하도록 돕자는 조언이다.



그는 “배심원들은 최종판결에 앞서 배심원만의 비공개회의를 진행해 토론을 주도하는 배심원을 중심으로 합리적 의견을 도출해 내고자 최선을 다한다”며 “익명성은 생각보다 위력이 대단하다. 판사 앞에서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라 했다면 배심원들은 자신의 부족한 전문성이 발각될까 두려워 다른 배심원의 의견을 추종하거나 처음부터 아예 배심원 선정 자체를 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거수기 역할에만 그치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무용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이사회에서 안건이 모두 통과하기만 하고 표결 과정에서 반대표가 소수에 그쳐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아무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그는 하지만 “안건 대부분은 이전에 개최된 정기이사회들을 통해 반복해 논의되기 때문에 이미 이사 상호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진과 이사회간 이견을 보일 수 있는 안건의 경우 충분한 토의가 되도록 이사회 개최 전에 간담회 등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엇보다도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가 정착된 이후 경영진은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안건의 경우 부의 자체를 꺼리게 돼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영활동을 애초부터 추진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사외이사의 역할은 금속탐 지기와 같아서 울리지 않는다고 역할이 없는 것이 아니며 예방적 조치(preventive approach)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