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서 文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다”(종합)

by정두리 기자
2022.01.08 10:36:41

유족 "이렇게 못 보낸다" 눈물 속 발인
동료들 운구 거쳐 합동 영결 식장으로
문 대통령 참석해 유족 위로하며 눈물
순직소방관 3명 1계급 특진·훈장 추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평택시 이충문화센터에 열린 평택 순직 소방관 3명 합동 영결식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사진=정두리 기자)
[평택=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이렇게는 못 보낸다…불쌍해서 어떡해”

8일 오전 7시.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이형석(50) 소방경·박수동(31) 소방장·조우찬(25) 소방교의 빈소에서 들리는 유족들의 흐느낌은 영하 8도까지 떨어진 차가운 공기를 찢었다.

8일 오전 8시 평택제일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로 숨진 이형석(50) 소방경의 발인을 거행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지난 6일 낮 12시 24분께 불이 난 냉동창고 2층에 쓰러져 있던 이형석 소방위와 박수동 소방교. 두 사람은 발견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함께 실종된 조우찬 소방사도 약 15분 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관 1명이 숨진 쿠팡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난지 반년 만에 반복된 참사.

발인 시간이 다가오자 속속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동료와 지인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불길은 잡았지만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난 이들에 대한 허무함과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동료 소방관들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훔쳤고, 지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침통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27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이형석 소방경의 지인들은 영정 사진 속 고인의 미소를 보며 명복을 기원했다. 최근 상견례도 마치고 올해 결혼을 앞둔 박수동 소방장의 유족들 곡소리는 빈소 너머 복도까지 애처롭게 들려왔다.

지난해 5월 임용된 조우찬 소방교의 젊은 동료들은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빈소를 찾은 한 소방관은 “아직까지 믿을 수 없다. 젊은 나이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8일 오전 8시 평택제일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로 숨진 이형석(50) 소방경의 발인을 거행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오전 7시가 45분이 되자 발인제가 시작됐다. 유족과 조문객들은 굳은 표정으로 빈소를 나와 고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어 이형석 소방경·박수동 소방장·조우찬 소방교의 순서대로 영결식장으로 옮기는 출상이 시작됐다

운구차가 등장하자 엄숙한 분위기의 장례식장이 이내 눈물바다가 됐다. 운구차에 운구를 싣을 때마다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뜨렸다. 이형석 소방경 고인의 구순의 노모는 “어떡해, 내 아들, 우리 아들”하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며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박수동 소방장의 한 유족은 주변의 부축을 받은 채 “지금은 못 보낸다. 다시 돌아와”라며 소리치다 오열했다.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이형석(50) 소방경·박수동(31) 소방장·조우찬(25) 소방교의 합동 영결식이 8일 오전 평택시 이충문화센터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사진=정두리 기자)
유족들을 태운 영구차는 송탄소방서모곡119안전센터에서 노제를 치른뒤, 합동 영결식이 거행되는 평택시 이충문화센터에 9시반 쯤 도착했다. 합동 영결식은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됐으며, 장의위원장은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이 맡았다.

이날 영결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고인들의 희생 정신을 기려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벽 직접 참석하기로 결정했고, 곧바로 영결식이 열린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를 찾았다. 영결식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순직 소방관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으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도는 평택 화재 진압 중 사망한 이들에 대해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조훈장을 추서했다. 영결식 후 유해는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한편 평택시 재난대책본부는 평택역 광장 외에 이충분수공원(북부권)과 안중출장소(서부권)에도 분향소를 설치해 이날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시민 분향소 3곳은 오는 9일까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