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K의료로봇]미국·유럽 위협하는 중국 의료로봇, 어떻게 성장했나

by왕해나 기자
2021.02.08 05:00:02

향후 5년간 연평균 15% 성장 예상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 뒷받침
관련 인재 발굴과 전문적 창업환경 조성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중국의 의료로봇 기업들이 기존 강호 미국과 유럽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고령화의 가속화로 의료서비스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은 덕분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의료로봇 시장은 선진국과 비교해 그 규모가 작았지만 2014년부터 연평균 10% 성장률을 보이며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의료로봇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억3000만 달러(1400억원)를 넘어섰고,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중국의 의료로봇 시장의 성장은 정부 정책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중국 국무원은 2015년 4차 산업혁명 기조를 담은 ‘중국 인더스트리4.0’에 의료용 로봇 개발, 고성능 진료기기 구비 등의 내용을 명시했다. 2016년에는 국가 표준화체계 건설 발전 계획 발표를 통해 의료로봇의 진료체계를 표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약산업 발전 지침에는 재활 보조기구 등의 의료기기 발전과 혁신을 가속화 할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중국 국가공업정보화부도 로봇 산업 발전 계획을 통해 올해까지 재활 보조 영역의 로봇 응용기술 수준을 국제적 수준까지 도약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은 재활로봇 시장부터 빠르게 키우기 시작했다. 전 세계 중국 기업들의 재활로봇의 점유율은 약 42%다. 대표적인 중국 재활로봇 기업 마일봇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재활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반신불수 환자를 위한 외골격 로봇 ‘베어 H1’은 임상 단계에 도달해있다.



중국의 수술로봇 점유율은 16%에 그치지만 향후 중국 시장은 수술로봇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는 주요 대학의 관련 학과와 기업 간의 적극적인 산학 협력으로 기업을 발굴하는 중이다. 북경항공대와 협력한 정형외관 수술로봇 기업 티나비, 하얼빈공대와 함께하는 HRG, 톈진대학과 선잡은 WEGO그룹 등의 제품들은 2세대 수술로봇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여러 병원들과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티나비의 수술로봇으로 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사진=티나비)
중국 정부가 의료로봇 국산화에 방점을 찍은 탓에 해외 제품들은 입지가 좁다. 중국 내 의료로봇 인증 및 감독 기준은 엄격한 편으로 해외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포함한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통상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중국 식품의약품관리총국(CFDA) 인정 과정을 거쳐야 하고 지역별 별도 인증 절차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때문에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조차 80대도 들이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다빈치의 중국 내 판매수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가 얼마든지 가능한 중국을 우리나라가 따라갈 수는 없지만, 중국 의료로봇 산업 성장 배경에서 시사점을 찾고 유효한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은 국제로봇올림피아드를 개최하고 전국에 120개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등 관련 인재들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창업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설치 등을 통해 의료로봇 분야의 전문적인 창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며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단계별로 돕거나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