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모아 1000억원 펀드…경쟁자는 '복잡한 투자문화'죠"

by김윤지 기자
2021.01.19 05:30:00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 인터뷰①
출범 1년 만에 300만 계좌…“일상·투자 결합”
안정 추구 펀드로 공모시장 새 바람
“하반기 주식거래 론칭, 증권업계 테슬라 될 것”

[이데일리 김윤지 유준하 기자] “출범한지 1년이 채 안됐는데 지난해 연말 기준 320만 계좌가 개설됐고 110만 펀드 계좌가 활성화됐다. 의미 있는 성과다. 일상과 투자를 연결해 누구나 일상에서 소액으로 꾸준히 투자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당초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 기반을 닦았다.”

내달 출범 1주년을 맞이하는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는 지난 시간을 이처럼 되새겼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035720)의 손자회사로, 2018년 바로투자증권의 지분 60%를 인수해 지난해 2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사진=카카오페이증권 제공)
시작부터 코로나19라는 변수가 터졌다. 온라인 증권 전문가인 김 대표도 한때는 겁이 났다. 하지만 주요국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쏟아지면서 ‘동학개미 운동’으로 번졌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카카오페이증권이 첫 서비스로 내놓은 안정 추구형 펀드들도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대표적인 예가 ‘키움똑똑한4차산업혁명ETF분할매수증권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이다. 성장 가능성 높은 4차산업혁명 관련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으로, 공모 펀드 부진에도 온라인 리테일 판매로만 지난달 설정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76%로, 동일한 유형의 북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5.37%를 넘어선다.

김 대표는 기존 증권사와 다른 접근법이 성공 비결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전통적인 계좌 신설 지원금이나 수수료 인하 경쟁에서 벗어났다. ‘동전 모으기’, ‘미니금고’ 등 색다른 서비스를 제시했다. 현재 가입 가능한 상품이 펀드 5종으로, 상품을 고르고 골라 단순화했다. 지점이 없는 만큼 직관적인 화면을 통해 펀드 가입 절차도 최대한 간결하게 구축했다.

‘국민 플랫폼’ 카카오톡이 기반인 카카오페이증권의 투자자라면 초보자가 많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실제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약 60%가 펀드에 가입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간접 투자. 그중에서 EMP(ETF managed portfolio·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ETF에 투자하는 패시브형 상품), 채권혼합 등 안정 추구형 펀드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이런 점이 VIP 자산가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기존 금융회사와 카카오페이증권의 차별점”이라고 짚었다.

한편으론 금융과 IT의 결합을 늘 고민해온 김 대표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서 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인 E*미래에셋증권의 설립을 주도한 창립 멤버였다. 미래에셋증권 온라인사업팀장, 온라인비즈니스본부장을 역임하면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카이로스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엠스톡을 2013년 업계 최초 개발해 개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외 주식거래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상품 다각화라는 로드맵과도 일치한다. 마침 뜨거운 직접 투자 열기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코스콤과 원장관리시스템 개발 계약을 맺고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개발에 한창이다. 펀드와 마찬가지로 주식거래에서도 ‘일상과의 연결’ ‘소액으로 꾸준히’라는 가치를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서비스가 소수점 주식 거래다.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를 사고 싶다면 현재는 최소 1주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소수점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면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해외 주식은 이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주식은 아직 활성화 논의 중인 단계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앞장서겠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카카오페이증권이 제공하는 주식거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존 증권사의 MTS는 HTS의 화면을 간략화한 수준이라면 카카오페이증권은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색다른 사용자 가치를 전할 것이라고 힌트를 줬다. 카카오페이와 ‘강결합(strong coupling)’을 통해 별도 앱 설치 없이 주식 거래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계좌 수 대비 투자금 규모는 적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펀드의 경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카카오페이증권의 판매잔고는 1조9561억원으로 증권사 전체 비중 대비 1%가 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스노우볼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동전 모으기 신청자의 80%, 알 모으기 신청자의 50%가 다른 방식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시간이 거듭될수록 투자자들의 성숙해지면 규모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맞춰 점진적으로 테마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것이 큰 그림이었다. 그는 “확실한 것은 시중 모든 펀드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방향성이 일치하는 상품을 엄선하겠다는 점”이라고 힘줬다.

펀드, 주식거래에 이어 내년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꿈꾸고 있다. 개발자가 전 직원의 40%를 차지하는 등 다른 증권사 대비 시스템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아직까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향후 3~4년을 투자의 단계로 봤다.

다음달 역시 핀테크 회사에 뿌리를 둔 토스증권이 영업을 개시한다. NAVER(035420)도 금융 서비스에 나서는 등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쟁 상대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어렵고 복잡한 기존 투자 문화’라고 답했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3500만명의 카카오페이 사용자가 타깃층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소액을 투자하는 20대 ‘주린이’(주식+어린이)이더라도 꾸준한 투자 습관이 잡힌다면 언젠가 자산가가 됐을 때 카카오페이증권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서 “애플이나 테슬라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듯 카카오페이증권이 투자 문화에 있어 게임 체인저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1967년 출생 △1990년 단국대 무역학과 학사 △1992년 동원증권 e-biz팀 입사 △1999년 E*미래에셋증권 설립준비위원 △2000년 미래에셋증권 온라인사업팀장 △2019년 카카오페이증권 TF 총괄 부사장 △2020년~현재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