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게임결산]코로나 팬데믹에도 꽃피운 K-게임

by노재웅 기자
2020.12.18 06:00:00

집콕족 늘면서 모바일게임 수요 급증
롤드컵·지스타 등 성공리 온라인 개최
게임법 전면 개정 본격화..쟁점 산적

11월19일 지스타 개막식 행사에서 줌으로 접속한 온라인 참관객들이 지스타 응원봉을 흔들며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올 한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국면에서도 국내 게임업계는 언택트 수혜를 입고 호황을 계속 이어갔다. 사상 최초 온라인으로 개최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가 게임인들의 땀과 수고 아래 성공리에 열렸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선 한국 팀이 3년 만에 중국으로부터 우승컵을 탈환해오는 경사도 맞았다.

연말 차세대 콘솔 시장이 열린 가운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국내 게임사들의 활발한 콘솔게임 개발 및 북미·유럽 지역에 대한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5년 만에 불씨가 지펴진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을 두고 산적한 쟁점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넥슨은 국내 게임회사 최초로 시가총액 3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5000억원에 달해 국내 게임사 최초 연간 매출 3조원 돌파도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는 올해 ‘리니지M’과 ‘리니지2M’ 흥행에 힘입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8548억원을 기록, 이미 지난해 연매출(1조7012억원)을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연매출 2조원 돌파는 확정적인 동시에 4분기 깜짝 실적을 낼 경우 영업이익 1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넷마블(251270)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8609억원, 영업이익 1895억원을 기록하면서 연매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9월 코스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293490)에 이어 내년에는 크래프톤이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대박을 친 크래프톤은 예상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30조원에 달한다. 상장 게임사 투톱인 엔씨(20조원)와 넷마블(11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지난 11월19일 역대 최초로 비대면으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0’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참가 게임업체 수가 크게 줄었음에도, 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이 신작 발표부터 온라인 맞춤형 캠페인, e스포츠 대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스타를 꽉 채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 ‘엘리온’, 네오위즈 ‘블레스 언리쉬드’, 스마일게이트 ‘미술양품점’, 위메이드 ‘미르4’ 등 중소·중견 게임사들이 여러 신작을 행사에서 최초 공개하며 단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결과 4일간 지스타TV의 누적 생방송 시청자수(중복 제외)는 85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누적 참관객수 24만명의 3배가 넘는 규모다.

10월31일 중국 상하이 푸동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20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에서 담원이 쑤닝을 세트 스코어 3대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지난 10월31일 중국 상하이 푸동 스타디움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서 담원 게이밍이 쑤닝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담원의 창단 첫 롤드컵 우승이자 최근 2년간 중국에 내줬던 ‘소환사의 컵’(우승컵)을 한국이 되찾아온 동시에, ‘LoL 최강국’ 타이틀까지 탈환한 값진 우승이었다.



한국 LCK는 2013년 SK텔레콤(017670) T1을 시작으로 2017년 삼성 갤럭시까지 무려 5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지만, 최근 2년 동안 중국 LPL 팀에 우승을 내줬다.

한국 LCK와 중국 LPL 팀 간의 결승전은 2014년 이후 6년 만이었다. 다른 지역이 아닌 중국과의 맞대결을 통해 제대로 된 명예 회복을 노릴 기회를 맞이했고, 담원이 해냈다. 이로써 LCK는 10년 LoL e스포츠 역사에서 6회(최다) 우승 팀 배출 리그로 우뚝 서게 됐다.

콘솔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각각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 X·S라는 차세대 콘솔 기기를 연말 동시에 출시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대표 게임사들도 콘솔게임 시장에 진출한다고 잇따라 선언했다. 모바일 위주로 편향된 국내 게임시장을 넘어 콘솔이 강세인 북미·유럽 진출을 목표로 한 도전이었다.

엔씨는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11월10일 회사의 첫 번째 콘솔 데뷔작인 ‘퓨저’(FUSER)를 선보였다. 넷마블도 11월5일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첫 콘솔 게임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를 정식 출시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출시하기 위해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고, 펄어비스(263750)도 국내 최초 AAA급으로 개발 중인 ‘붉은사막’을 내년 콘솔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펄어비스가 국내 최초 AAA급으로 개발 중인 ‘붉은사막’ 트레일러 영상의 한 장면. 펄어비스 제공
내년부터 국내 게임산업의 근간을 좌우할 게임법 전반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지난 16일 대표발의하면서 법 개정 작업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다만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별도 기관인 한국게임진흥원을 설립하고, 진흥기금을 만들자는 정부의 제언에 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산업협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국장은 지난 10일 열린 공청회에서 “한 기관 안에 규제와 진흥 역할이 공존하는 것은 실효성에도 의문이 있다. 또 기금을 설치하는 것 역시 반대한다. 기금을 출연하는 방식(기업에 징수)이나 지원기업 선정 절차, 집행 등 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의 게임법은 규제 위주로 법률이 만들어졌고 진흥법은 미비하다. 자율규제가 더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스포츠가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e스포츠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사실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주목한 점이 올 4월 1차 선정 당시 탈락 결정을 뒤집는 데 주효했다. 앞서 AESF는 최근에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스포츠 행사에 e스포츠가 종목으로 포함될 정도로 아시아 전역에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아시아 e스포츠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기록한 보고서를 회원국들에 제출했고, OCA 회원국들 또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추후 대회 결과에 따라 ‘페이커’ 이상혁 선수 등 국내 유명 프로게이머들에 병역특례가 적용될 지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