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끌어올린 신기록 `코스피 2620선`…얼마나 더 살까

by이지현 기자
2020.11.25 04:15:00

상승랠리 숨고르기 없이 진격 계속
신흥국에 쏠린 관심…韓 매력 부각
세계 1등 株와 韓 대장주 집중 매수

[이데일리 이지현 박정수 이슬기 기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거침없는 상승세다. 전날 2년 10개월 만에 26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은 2628.52로 장중 최고 기록도 새로이 썼다. 특히 외국인은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며 14거래일째 7조1400억원 이상 주식을 쓸어 담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투자 여력이 충분해 당분간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코스피가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5.17포인트(0.58%) 오른 2,617.76에 마감했으며, 장중 사상 최고치(2018년 1월 29일·2,607.10)를 갈아치우고 전날 세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2,602.59도 하루 만에 새로 썼다.
국내 증시가 새로운 역사를 빠르게 쓰고 있는 데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기존 코로나19로 폭락한 장세를 끌어올린 것은 동학개미였지만, 이달 들어 삼성전자 등 시총 상위주를 무섭게 사들이는 외국인 덕에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726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4일 이후 14거래일 연속으로 지갑을 열었고 누적금액만 7조1400억원이나 된다.

외국인 가장 많이 순매수했던 2013년 9월(7조6362억원) 과 비교하면 아직 외국인 추가 매수 여력은 높다는 평가다. 거래일이 4일 더 남은 만큼 이같은 추세라면 무난히 기존 기록을 깰 전망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교역이 끊기면서 외국인이 빠져나간 규모에 비하면 이번 달 들어온 건 연간 누적으로 보면 4분의 1도 못 올라온 것”이라며 “더 사들일 여지는 꽤 있다”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경기회복 기대감이 나타날 때 신흥국(이머징 마켓)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글로벌, 신흥국 가치주, 신흥국 증시는 12.2%, 10.6%, 9.6%씩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4주간 신흥국으로 171억9000만달러, 경기민감 업종으로 52억1000만달러, 가치주로 33억6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팬데믹 충격 이후 최대 규모다.

김민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추적이 가능한 주요 10개 신흥국에 11월에만 230억달러 규모의 순매수 자금이 유입됐다”며 “달러 약세와 신흥국 통화 반등, 원자재 및 물동량 회복으로 대변되는 이익 개선의 확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한국의 매력도는 날도 높아지고 있다. ‘K-방역’으로 유명한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기반으로 한 더 탄탄해진 3분기 기업 실적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실적 고점과 현재 실적을 비교하면 선진국 내에서 미국은 89%, 유럽은 83%까지 회복한 상태다. 신흥국 내에서 한국은 104%로 실적 고점을 넘어섰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추세선 수준의 외국인 지분율 회복을 가정하면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25조원 가량 추가 매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개월간 27조7000억원 이상 순매도하고, 이달 7조원 이상 사들인 만큼 올 초 포지션을 가정한다면, 20조원 이상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

외국인이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건 2차 전지분야 세계 1위 LG화학(051910)이다. 테슬라가 주가 1000달러 전망에 6.51% 상승 마감한 데 힘입어 이날 하루에만 1810억원어치를 담았다. 외국인의 매수에 힘입은 LG화학은 전날 종가보다 6.82%(5만1000원) 오른 79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가다. 시가총액도 56조4033억원으로 늘어나며 코스피 시총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테슬라 효과에 2차 전지 업계 2위 SK이노베이션(096770)(3.90%)과 3위 삼성SDI(006400)(4.94%)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외국인들은 반도체, IT 대장주를 적극적으로 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1626억원 어치를, 카카오(035720)는 535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위탁생산(CMO) 등의 영역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주가 전망은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276개)의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총 180조2114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 이익을 낸 2018년(177조5323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이에 증권사들도 내년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하는 지금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킬 때 시장은 다르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이연 수요와 재고 효과까지 겹친다. 백신 기대도 긍정적”이라면서도 “오히려 전망이 낙관일변도라는 점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관건은 기업이익이 늘어날 것인지가 아니다”며 “기대가 합리적인지, 지금 예상보다 얼마나 좋을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관투자자의 매도세도 변수다. 연말 수익률 확정을 위해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관은 이날 6940억원 순매도해 이달 들어서 약 9900억원어치를 팔았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는 기관투자가들이 일부는 덜어놓고 수익을 확정시키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이익 실현 욕구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투자 고객 메모를 통해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안으로 기관투자가들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총 3100억달러(약 334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증권은 내년 상반기 고점을 2900선으로 제시하며 단기 숨 고르기는 있더라도 우상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증권사들의 내년 상반기 코스피지수 예상밴드는 2650~3000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