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다 팔렸어요" 수도권 묶으니, 지방으로 ‘GO’

by김미영 기자
2020.05.13 06:30:00

‘방사광가속기 호재’ 청주, 부동산 열기 뚜렷
원주, 포항, 여수…투자자들 이동처 관심
“단타 노린 ‘묻지마식’ 투자, 신중해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충북 증평군에 있는 미분양아파트 ‘코아루휴티스’가 지난 주말에 완판됐어요. 20분 거리인 청주에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수도권 사람들이 단체버스 타고 내려와 한꺼번에 37채를 구매했어요. 어제 오늘은 수도권 규제 강화로 지방에 투자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꽤 많았어요.”(청주 P공인중개사무소)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 나오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권 거래를 약 3년(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간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투자자금이 지방 소도시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개발호재가 있거나 그간 집값 낙폭이 컸던 지역, 입주물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은 지역들은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 확대를 담은 ‘5·11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지역이 청주다. 정부의 대출 규제나 청약, 전매제한 강화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청주는 지난 8일 첨단연구장비인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지 선정이란 호재를 맞았다. 사업비만 1조원 규모로 13만7000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발표 직후인 주말 청주는 물론 인근 지역까지 부동산이 들썩였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청주 상당구 탑동의 ‘탑동힐데스하임’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는 3억400만원에 분양했지만 현재 분양권 프리미엄이 4500만원까지 붙었다. 지난달 거래가는 3억1000만~3억2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달 3억3090만원에 신고가를 찍었고 호가는 계속 오르는 중이다.

탑동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찾는 사람이 많아져 호가가 1000만원씩 뛰었다”고 말했다. 청주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청주 집값이 싼 편이었고, SK하이닉스와 직주 근접 단지들은 갭투자가 쉽다”며 “흥덕구의 지웰시티푸르지오는 웃돈이 1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수년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강원도 원주시도 훈풍이 불면서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원주시는 강원도에서도 수도권과 인접하고 혁신도시로 지정돼 외지인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원주 아파트 거래량에서 서울 등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 1월 52%에서 3월 59%까지 늘었다. 강원도 전체로 보면 외지인 거래가 30%대인데 원주는 유독 외지인 거래량이 많은 편이다. 외지인 매수세에 ‘원주 봉화산 벨리시티 3차’의 전용 59㎡(분양가 2억300만원)짜리 분양권은 웃돈이 1000만원 붙어 지난달 거래됐다.

경북 포항시, 전남 여수시 등도 ‘반사이익’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포항은 작년과 올해 입주물량이 3400가구로 예년보다 적은 편이고 지진 등으로 가격이 눌려 있던 지역”이라며 “여수는 최근 분양한 ‘여수웅천마린파크애시앙’이 수십대 일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순천, 광양과 함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단기 차익실현에만 몰두한 ‘묻지마식’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외지인 거래 증가 등이 두드러지면 정부가 단계별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미래가치를 따지지 않고 ‘풍선효과’를 좇아 투자대열에 합류하는 건 건전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