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더 길어지면 경제적 비용 감당 못해‥자본규제 과감하게 풀어야"
by김범준 기자
2020.04.07 06:00:05
[만났습니다]①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경제 역동성 회복이 급선무
자본시장 유인체계 구축하고 생산성 높여야
방역 강화와 경제는 逆의 관계…코로나19 ''선택의 딜레마''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럴 때일수록 가격기능이 작동하는 자본시장에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 감수)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뤄지고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박영석(60·)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대처 방안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자본시장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를 진단하며 “자본시장을 통한 가격기능 강화로 혁신성장에 맞는 자본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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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수요와 공급 양 쪽 모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처음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른 공급 충격 예상됐다면, 지금은 한국을 거쳐 미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수요 측면에서 충격이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 공급 교란을 넘어 수요의 충격이 깊어지면 위기도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게 박 원장의 우려다.
그는 “자본시장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수익 실현과 리스크 분산을 위해 수요와 공급이라고 하는 가격 기능이 잘 작동하는 시장”이라면서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문제가 발생한 지금이야말로 자본시장 활성화가 해법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공모펀드, 프라이빗에쿼티(PE), 벤처캐피털(VC), 헤지펀드 등 금융수단의 종류와 구조 측면에서 다양화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금융투자사에게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겸영 허용과 핀테크(Fin-tech)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요건 완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관련 사모 전환사채(CB) 및 주식집중위험액 가산 기준 완화 등 정부와 당국의 규제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폐지와 양도소득 및 펀드 과세체계 개선, 퇴직연금 제도 개선,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등을 통해 저축과 투자의 최종 공급자인 가계에 대한 자본시장 유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의 ‘수요’와 ‘공급’ 양쪽 모두 충격이 작용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투자가 위축되고, 외부 활동 기피와 이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로 국내 소비와 해외 수출 모두 감소하고 있다는 게 수요 충격적 측면이다. 공급 충격은 중국 등 감염 확산국의 생산 활동이 둔화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교란 되고 결국 제조업 불황 등 실물경제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처음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처음에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른 공급 충격 예상됐다면, 지금은 한국을 거쳐 미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수요 측면에서 충격이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일시적 공급 교란보다는 수요 충격의 영향이 깊고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 부채 등 부실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도 커질 수 있다.
△2003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발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홍콩의 민간 소비는 추세 대비 약 6% 감소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함께 지역사회 감염에 따른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민간 소비 중 음식점 및 숙박, 스포츠 및 문화, 교통, 교육 등 약 40%에 해당하는 업종 부문이 감염 확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의 높은 자영업자 비중과 가계부채 문제로 까지 이어지며 충격이 확대될 소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산 속도를 늦추고 환자 수 증가율을 둔화시키는 것이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라는 게 방역·의료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시행, 각종 모임 자제 등 정부의 정책적 가이드 라인은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한 기본적 접근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소비자들의 경제 활동이 줄어들면서 생산과 소비라는 순환 구조에 대한 연결고리는 끊어지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방역 강화로 줄어드는 ‘인명 희생’과 ‘경제적 코스트(비용)’ 사이에서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는지 ‘트레이드오프’(Trade-off·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는 희생해야 하는 경제 관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만약 경제적 코스트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면 이에 따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근 성장기업과 성숙기업 모두 성장성 및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는 만큼 역동성 회복을 위해 혁신산업 성장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특히 자본시장의 자원배분 기능 개선을 통해 하이테크(High-tech·첨단기술) 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촉진해 경제적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원활한 자본 배분을 위해 자본시장의 위험분산 기능을 높여야 한다. 위험과 기대수익이 높은 혁신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 금융투자사들의 혁신도 촉진해야 한다. 또 금융수단 설계 및 운용 주체인 자산운용사들의 역량을 강화해 자본시장의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 간 연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자본시장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수익 실현과 리스크 분산을 위해 수요와 공급이라고 하는 가격 기능이 잘 작동하는 시장이다. 투자자들이 가격 기능을 통해 충분한 수익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면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 감수)을 하게 되면, 은행 등 금융시장을 통한 간접 금융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자원의 배분이 이뤄진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의 공급이 결국 혁신성장에 맞는 공급 방법이 될 수 있다.
△공모펀드, 프라이빗에쿼티(PE), 벤처캐피탈(VC), 헤지펀드 등 금융수단의 종류와 구조 측면에서 다양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사에게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겸영 허용과 핀테크(Fin-tech)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요건 완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관련 사모 전환사채(CB) 및 주식집중위험액 가산 기준 완화 등 정부와 당국의 규제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위험과 수익 구조가 상이한 넓은 투자자 스펙트럼 조성을 통해 자금 공급에 대한 금융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폐지와 양도소득 및 펀드 과세체계 개선, 퇴직연금 제도 개선,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등을 통해 저축과 투자의 최종 공급자인 가계에 대한 자본시장 유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1960년 서울 출생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MBA) 석사 및 박사 △일본 국제대 조교수 △동국대 부교수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객원교수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 위원 △한국증권학회장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 △한국금융학회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 △2018년~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