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부진→소득감소→소비위축’ 악순환 고리에 빠진 한국 경제

by김경은 기자
2019.06.05 07:22:21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 경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업들은 투자를 멈췄고 성장이 정체하자 소득이 줄었다. 소득이 줄자 소비가 위축돼 다시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는 진단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472조3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 1.4% 감소해 2008년 4분기(-1.5%)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실질 GNI도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소득이 줄자 가계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1분기 총저축률은 2012년 4분기 이후 6년 반 만에 가장 낮은 34.5%를 기록했다. 저축률이 감소는 소비여력이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소비부진을 예고하는 지표다.

이 같은 악순환은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어서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55조810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전분기보다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4분기(-3.2%) 이후 10년 3개월만에 최저치다.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기업들이 돈을 벌어도 빚 갚는데 열중할 뿐 투자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GPD를 끌어내린 주요인은 설비투자 축소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부문 투자 부진으로 설비투자는 지난 1분기 -9.1%로 주저앉았다. GDP 성장기여도(-0.8%포인트)는 전 항목 가운데 가장 낮았다.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정부 지출 확대→경제 성장→소득 증대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지 못한 단발성 경기부양에 머물고 있다.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주행 하는데는 정부 영향이 컸다. GDP의 경제주체별 성장기여도에서 정부(-0.6%포인트)는 민간(0.1%포인트)을 갉아먹었다.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반도체 경기 회복에 기대어 역성장 전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와 수출, 소비까지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반도체 회복론에만 기대지 말고 정부와 통화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일관된 방향의 정책적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