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휠라·에프앤에프, 브랜드 파워로 불황 타파

by이성웅 기자
2018.07.26 06:00:00

휠라코리아, 브랜드 체질 개선으로 업계 주목
에프앤에프, 판권 사와 해외 진출까지 성공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등의 습격으로 국내 의류업계가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본업으로 고속성장을 이뤄낸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휠라코리아(081660)와 에프앤에프가 그 주인공이다.

휠라코리아 모델 배우 김유정.(사진=휠라코리아)
25일 의류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의 지난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7680억 원에 달한다. 영업이익 역시 24.1% 성장한 101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에선 휠라코리아가 유행을 타고 일시적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11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휠라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국내에선 1990년대 농구 열풍에 힘입어 나름 잘 나가는 브랜드였지만, 2000년대 초 경영 난조로 휠라 본사가 파산 위기에 내몰리며 국내 사업 역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이에 2003년 윤윤수 당시 휠라코리아 대표(현 휠라코리아 회장)는 미국의 헤지펀드와 공동으로 지주회사를 만들어 휠라 본사를 인수했다. 이후 2007년 휠라코리아가 전권을 가지게 됐다.

이후에도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선 ‘어르신 브랜드’로 여겨지며 주목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 휠라를 환골탈태시킨 주역은 윤 회장의 아들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다.

윤 대표는 지난 2015년 휠라 USA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부사장을 맡았다. 윤 대표는 미국에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일단 상품기획력을 강화하며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췄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009년 중국 푸젠성에 글로벌 신발 소싱센터를 건립했다. 여기선 신발 샘플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 생산단가부터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도매 유통 정책까지 더해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게 아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인기 제품인 ‘코트 디럭스’나 ‘휠라 레이’ 등을 각각 6만9000원, 5만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출시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낮은 10~20대들의 유입이 늘었다.

아울러 백화점과 대리점 위주의 소매 방식에서 ABC마트나 슈마커 등 도매형 신발 편집 매장으로 유통 경로를 확대했다. 이는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재고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휠라는 브랜드 재건 작업에 들어간 지 1년 만인 2016년 하반기부터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 연 매출 8157억 원에 불과했던 휠라코리아는 2016년엔 연 매출 9671억 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엔 단숨에 2조5303억 원까지 매출을 늘렸다. 당시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2174억 원에 달했다.

휠라코리아는 최근에도 패션, 게임, 식품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 상품을 출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레스터.(사진=에프앤에프)
국내에서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 등을 전개하고 있는 에프앤에프도 올 2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2분기 예상 매출액은 128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34.5% 오른 196억 원대가 예상된다.

에프앤에프는 과거 베네통이나 엘르 등의 판권을 사와 국내에서 판매하던 기업이다. 현재 에프앤에프의 효자 브랜드는 MLB와 디스커버리다.

에프앤에프는 단순히 판권을 사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국내 시장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웠다. 이 과정엔 김창수 에프앤에프 대표의 진두지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스냅백’ 모자가 주력 상품인 MLB의 경우 홍콩과 마카오 등 아시아 지역 판권까지 확보하는 등 지난해 9월부터 해외 사업까지 진행 중이다.

디스커버리 역시 정통 아웃도어로 취급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브랜드를 재해석했다. 그 결과 롱 패딩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겨울엔 에프엔에프 매출의 절반 이상이 디스커버리에서 발생했다.

MLB와 디스커버리는 최근 면세점에도 입점하면서 유통 채널을 늘리고 있다.

공격적인 사업에 힘입어 지난 2016년 연 매출은 전년 보다 18.6% 증가한 439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 매출은 이보다 27.7% 오른 5605억 원이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며 주요 의류기업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라며 “반면 휠라코리아나 에프앤에프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면 본업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는 점에서 업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