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住춧돌]강남 재건축시장 '들었다놨다'하는 분양보증

by정다슬 기자
2016.09.03 11:00:00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최근 주택시장에 회자되는 조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입니다. 지난달 분양된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차 재건축)의 경우, HUG가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아 분양가를 조정하고 분양 시기를 두 달 가까이 늦추기로 했지요.

최근에는 HUG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를 분양보증 심사 강화지역으로 지정, 고분양가를 관리키로 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신반포5차, 잠원한신 18·24차, 방배동 3동 재건축 등 3개 단지가 HUG의 직접적인 분양가 통제를 받게 될 전망입니다.

시장에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고분양가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조치라는 의견과 정부가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거세게 맞붙고 있습니다. 과연 이 HUG의 분양보증이 뭐길래 강남 재건축시장을 웃고 울리는 것일까요?

주택분양보증은 혹시 주택이 분양되지 못할 경우, 분양받은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만약 건설사 등 사업자가 아파트를 분양한 후 부도 등의 이유로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다면 그 집을 분양받은 사람들은 큰일 나겠지요. 이때 보증을 선 HUG가 대신 분양받은 사람에게 계약금·중도금 등을 되돌려주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아파트가 선분양으로 공급되는데 주택법 제76조는 건설사가 20가구 이상을 선분양할 경우 반드시 주택분양보증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분양보증서가 없으면 지자체에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신청 자체를 못합니다. 만약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재건축조합원에게만 아파트를 공급했다면 주택분양보증이 필요 없었겠지만 이 아파트는 69가구의 일반분양물량이 있었고 입주자모집공고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HUG의 주택분양보증이 필요했습니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이 HUG와 길고 긴 ‘밀당’(밀고 당기기)을 한 이유입니다.



만약 주택분양보증을 해주는 제2의 기관이 있었다면 여기다 신청했어도 됐겠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주택분양보증을 해주는 곳은 딱 한 군데 HUG 하나입니다. 하자보수보증, 중도금 대출보증 등은 HUG 외에도 주택금융공사, 공제조합 등이 상품을 팔고 있지만, 주택분양보증은 다른 기관에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HUG가 분양에 꼭 필요한 주택분양보증을 독점함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분양보증시장이 개방되면 강남과 같은 사업성이 높은 곳은 보증이 잘 나올 것이고 지방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거나 중소건설사가 사업하는 곳은 분양보증이 나오지 않거나 보증료율(수수료) 가 올라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비싸진 수수료는 분양가에 반영돼 분양받은 사람에게 전가됩니다. 아울러 주택은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수조건인 만큼 국가가 어느 정도 통제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당초 조합이 생각했던 분양가(3.3㎡당 5166만원)보다 낮아진 가격(3.3㎡당 4178만원)으로 공급된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결국 억대 ‘초피’(초기 분양권 프리미엄)을 형성했듯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시장을 왜곡시키죠. 한 전문가는 “어차피 강남의 경우 잘 사는 사람들이 집을 살 텐데 분양가가 얼마에 형성되든 내버려 둬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시장이 평가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어찌 됐든 HUG는 고분양가를 잡기 위해 강남구·서초구를 정확히 콕 짚어 타겟팅했습니다. 분양가를 올리고 싶은 조합과 이를 좌시할 수 없는 HUG와 국토부. 싸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여러분은 이 싸움의 해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