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문재 기자
2016.04.27 06:30:04
공동제작시 재정지원, 쿼터제외 등 자국산혜택 누려
보편적 공감대 형성하는 캐릭터·스토리 라인 바람직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문화 강국이 즐비한 유럽연합(EU)의 문화콘텐츠 시장에 우리 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트라(KOTRA)가 27일 발간한 ‘한-EU FTA 문화협력의정서를 활용한 유럽 문화콘텐츠 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EU FTA에 의해 우리와 EU 회원국이 시청각물 공동제작 과정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양측에서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을 받을 뿐 아니라 EU의 다양한 문화콘텐츠 지원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잠정발효 상태이던 한-EU FTA가 지난해 12월 전면 발효돼 문화협력의정서 관련 조항들도 발효됐기 때문이다.
문화협력의정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애니메이션, 영화, 방송 등 시청각물의 공동 제작에 대한 혜택이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은 한국과 3개국 이상의 EU 회원국이 참여하고, 한국과 EU 측이 각각 35% 이상의 재정 기여와 재정 기여 대비 10%포인트 이내의 기술적·예술적 기여를 할 경우 양측에서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받는다.
EU 역내에서 자국산으로 간주된다는 것은 EU의 방송콘텐츠 쿼터(자국산 10% 이상 방영 요건)에서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EU 문화산업 육성 정책의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EU는 2014~2020년간 총 1조8900억원(14억6000만 유로)의 크리에이티브 유럽(Creative Europe)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국의 TV 방송콘텐츠와 국제 합작을 지원하고 있다. 회원국들도 이 틀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자금과 인재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국립영화센터(CNC) 기금을 통해 2014년 90억원(700만 유로) 상당의 문화콘텐츠 제작 지원금을 제공했다.
KOTRA는 이번 의정서 발효를 계기로 자본력과 현지 배급망을 갖춘 EU 기업과의 공동 제작에 유리해진 여건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EU 문화콘텐츠 시장의 높은 문턱을 훨씬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프랑스(2건), 스페인(3건), 이탈리아(1건) 등 유럽과 애니메이션 합작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국내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캐릭터 몰랑의 경우 프랑스 프리미엄 케이블 방송국 카날 플러스(CANAL+),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 밀리마쥬(MILLAMAGES)와 몰랑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해 올해 2월부터 유럽 현지에서 방영하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현지 문화를 고려한 스토리 기획이 필요하다. 게임의 경우 유럽인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귀여운 캐릭터나 아이템 대신 탄탄한 스토리와 두뇌를 활용하는 게임을 선호한다.
EU 국가별 심의 규정도 주의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청소년 보호 목적상 폭력적인 콘텐츠를 제한하므로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나친 한류 강조는 금물이다. 문화적 자긍심이 높은 유럽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 라인 채택이 중요하다. 2014년 북미국가와 합작으로 현지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경우 스토리와 무관한 케이팝(K-Pop) 댄스 삽입으로 관객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양은영 KOTRA 구미팀장은 “우리 기업도 문화콘텐츠 기술과 인력 양성에 더욱 매진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인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한-EU 문화콘텐츠 교류 및 공동제작 활성화는 장기적으로 양측 문화자산을 서로 소개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