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아빠 쇼핑노하우]①유산균, 대체 뭐가 다른거지?
by안승찬 기자
2015.01.16 07:30:00
항생제 대신 유산균 효능에 주목
유산균계의 투톱 '락토바실러스·비피더스'는 알아야
회사 특허 따라 제품 효과 달라..국내파 vs 해외파도 격돌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아내는 쌍둥이 아이들이 먹는 유산균 발효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형마트 시음행사에서 우연히 한잔 받은먹은 아이들이 “맛있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계속 조달했지만, 가격이 다른 제품에 비해 비쌌다.
“도대체 뭐가 다른 건데 이리 비싸. 식품업계 출입하는 기자인데, 뭐 아는 것 없어요?” 아내의 갑작스런 질문에 “특허 받은 유산균이라잖아. 많이 먹으면 좋대”라고 대답했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결국 숙제가 떨어졌다. “유산균에 대해 알아봐줘!”
유산균.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장과 면역력에도 좋다는 것쯤은 대부분 다 안다. 1971년 출시된 우리나라에 ‘야쿠르트’가 처음 출시됐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균을 돈을 주고 사먹느냐’며 손가락질을 했다고 하지만, 곰방대 피던 시절 얘기다.
하지만 대부분 여기서 끝이다. 유산균마다 가진 특징이 뭔지,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골라야하는지 아는 게 거의 없다.
사실 우리 몸은 세균 덩어리다. 약 100조개의 세균이 있다. 세균 무게를 다 합치면 1.5kg쯤 되니까, 세균을 똘똘 뭉쳐 놓으면 간 무게만큼 되는 셈이다. 그런데 사람 몸에는 좋은 균이 있고 나쁜 균이 있다. 좋은 균의 비중이 80% 정도 되어야 장이 건강하다.
그런데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몸 속의 좋은 균이 자꾸 줄어들게 된다. 좋은 균의 비중이 줄고 나쁜 균이 많아지면 장 기능의 균형이 깨지고 면역력도 떨어진다. 당연히 잔병이 많아진다. 우리가 유산균을 먹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발효유를 먹는 건 좋은 균을 몸 속에 인공적으로 넣어주는 행위와 같다.
좋은 균 중에서도 특별한 효능이 있는 녀석들이 있다. 어떤 녀석은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고, 어떤 녀석은 간 질환 치료에 탁월하고, 어떤 녀석은 아토피에 반응하고, 어떤 녀석은 피부 개선의 능력을 가졌고, 어떤 녀석은 관절염에 도움이 되는 식이다.
그래서 요즘은 유산균 대신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항생제(안티바이오틱스, antibiotics)가 세균을 죽이는 작용을 한다면, 프로바이오틱스는 균의 긍정적 작용에 주목하는 용어다. 의학계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쪽을 점차 강조하는 분위기다.
연구자들은 몸 속에 있는 그 수많은 균 중에서 특별한 효능이 확인된 균을 발견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망망대해에서 작은 보물을 발견하는 것만큼 실패를 거듭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한번 성공하면 곧바로 특허로 이어진다. 그래서 어떤 유산균을 쓴 제품인가 하는 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유산균에 따라 제품의 효능과 강조점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허받은 유산균이 회사별로 각각 다르고 이름도 난해한 경우가 많지만, 딱 두개의 이름은 기억하는 게 좋다.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균과 비피더스(Bifidobacteria)균이다. 이 두 개의 유산균은 고등학교 참고서로 치자면 성문기본영어와 수학의정석쯤 되는 녀석들이다.
락토바실러스균 소장에서 주로 사는 녀석인데, 주로 면역이나 항균 물질 형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락토바실러스균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그래서 면역력에 강조점을 둔 제품이다. 비피더스균이 대장에 산다. 대장균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지만 주로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준다. 쾌변과 다이어트 효과를 강조하는 발효유 제품은 십중팔구 비피더스균이 많은 제품이다.
락토바실러스균과 비피더스균이 기본이지만, 친척뻘 되는 녀석들도 계속 발견됐다. 세포막이 두꺼워서 장까지 더 살 살아간다거나, 면역력 뿐 아니라 항암효과도 있더라, 이런 식이다. 회사별로 자신들이 발견한 보물같은 유산균을 추가하면 조금씩 다른 제품이 된다.
한국야쿠르트의 ‘윌’은 락토바실러스균과 비피더스균에다 위염과 위궤양에 효과가 있는 유산균을 추가한 제품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세븐’은 같은 락토바실러스균 중에서도 위산에 강해 장까지 살 남아남는 일종의 ‘변종’ 락토바실러스균이 들어간 제품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균을 개발하려고 전국의 산후조리원을 돌며 신생아의 분변을 구하러 다녔다고 한다.
외국 용병을 쓰는 회사도 있다. 매일유업의 ‘퓨어’ ‘매일바이오’는 ‘LGG 유산균’이란 녀석을 앞세운다. 핀란드 최대 유제품 기업인 발리오(Valio)에서 로열티를 주고 가져왔다. 락토바실러스균 계열이다. 유산균 중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발표됐을 만큼 다양한 효능 연구가 이뤄진 균이다. 장내 생존력이 뛰어나고 면역력 효과가 좋은 유산균으로 알려져 있다.
빙그레의 ‘요플레’는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라는 균이 들어 있다. 불가리아의 장수마을인 스밀리얀 지역 주민들의 장 안에서 발견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산균이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는 이름만 불가리스고, 전북 귀주마을 같은 우리나라 장수마을 8곳에 사는 어른신들 장 속에서 발견한 락토바실러스균을 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산다’란 의미의 ’LF9988‘이란 이름을 붙였다. 세포벽이 두꺼워 장까지 오래 살아남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