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하이트진로, 살기 위해 현장 뛴다
by이승현 기자
2014.03.13 08:23:50
지역 영업본부 11개→5개로 통합·축소
음식점 영업 담당 특판 조직 20% 증원
영업 무게중심, 도매상서 음식점으로 전환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하이트진로가 영업조직을 대폭 개편하며 현장 영업을 강화했다. 갈수록 부진한 맥주사업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 접점에 있는 음식점을 직접 찾아다니겠다는 각오다.
13일 하이트진로(000080)는 최근 지역 영업본부를 11개에서 서울, 경기, 영남, 호남, 충청·강원 등 5개로 통합했다. 지난해 소주와 맥주 영업조직이 통합됨에 따라 도매상 관리 조직 중 중복되는 인력을 음식점 영업을 담당하는 특판 조직으로 배치했다. 특판 조직은 지난해보다 20% 정도 인력이 늘었다.
회사 측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통합하는 등 개편을 단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영업조직 개편은 사실 큰 변화다. 도매상 관리를 주 업무로 하는 지역 영업본부를 축소하고 음식점을 담당하는 특판 조직을 늘린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가 맥주 영업의 중심을 도매상에서 각 개별 음식점으로 옮기는 시도인 셈이다.
과거 하이트진로는 도매상에 대한 저인망식 밀착 영업으로 유명했다. 술 판매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도매상을 관리해 판매실적을 올린 것이다. 전국 1400여개의 도매상만 집중 관리하는 방식이라 영업 효율도 높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에 뒤처지며 2위로 밀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도매상만 관리하는 영업방식으로는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1년 오비맥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으며, 최근에는 30%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회전율이 중요한 도매상 입장에서는 1위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자연스럽게 2위 사업자는 도매상에게 ‘찬밥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결국 하이트진로는 맥주의 실수요자인 음식점에 대한 영업 강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장을 직접 공략하지 않고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오히려 하이트진로의 맥주 제품을 찾는 음식점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도매상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특판조직을 강화한 가장 큰 이유다.
하이트진로는 강남과 종로, 여의도, 홍대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 20~30대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주 공략 브랜드도 정리했다. 생맥주는 ‘맥스(Max)’, 병맥주는 ‘d’로 정해 앞으로 주력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다. 그동안 하이트와 맥스, d 등 3개 브랜드가 혼재돼 있어 영업현장에서 혼란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하이트 브랜드는 노후화 됐다는 판단에 따라 정리 수순을 밟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해 맥주 시장은 롯데의 맥주 진출과 수입맥주 증가 등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현장 중심 영업을 통해 전환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