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훈 기자
2013.03.22 08:50:07
대표 1703억 배임 기소..자기자본 59% 넘는 규모
국민연금·삼성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도 보유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우량 자동차 부품업체로 꼽히던 한일이화(007860)가 대표이사 배임 혐의로 상장폐지가 거론되면서 기관투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민연금과 삼성자산운용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묶이게 됐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일이화는 지분 28.57%를 보유한 최대주주 유양석 대표에 이어 국민연금이 7.24%(285만2714주), 삼성자산운용이 5.03%(198만2492주)에 달하는 주식을 갖고 있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가치는 303억원, 삼성자산운용은 211억원에 달한다.
한일이화는 현대·기아자동차에 자동차 내장·전장제품 등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로 메이저급 자동차 부품업체다. 지난 1972년에 설립돼 1989년 9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으며, 현재 코스피200 종목에 포함돼 있다. 때문에 한일이화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21일 서울 동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우량 계열사를 본인 개인회사에 헐값에 팔아 넘긴 혐의(업무상 배임)로 유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과 회사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0년 10월 한일이화가 중국에 세운 강소한일모소유한공사를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가진 두양산업에 넘기는 등 한일이화 주주들에게 1703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배임 규모는 자기자본의 59.1%에 해당한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유 대표의 횡령·배임설이 확산되자 한국거래소는 한일이화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어 검찰 발표로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에 따라 한일이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오후 1시35분경 주식매매거래를 중단시켰다. 한일이화는 전날보다 7.79%(900원) 급락한 1만650원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한일이화의 상장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주식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일정 부분 손실을 볼 가능성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국민연금으로선 재무적투자자(FI)로 1250억원을 투자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으면서 가뜩이나 비판 여론이 거센 마당에 또 한번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상황에 놓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 1월 지분 공시 이후 약간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안다”며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사태 추이를 보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개별 종목에 대해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한일이화 측은 거래소에 이번 일에 대해 적극 소명,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매매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