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잘 써야 잘 번다`

by김경민 기자
2011.04.21 07:46:21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잘 쓰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윤을 많이 남겨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얼마나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도 잘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만 투자란 것은 돈을 쓰는 일인 만큼 쉽지 않다. 업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섣부른 투자에 나섰다가는 쫄딱 망하기 십상이다. 반면 투자와 변화에 게을리한다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없다.

요즘 시장에서는 주도주가 고민이다. 최근 화학과 자동차업종이 선전하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지만, 다른 업종이나 종목으로 관심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상승탄력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도주는 `가격 부담`이라는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음 주도주는 누가 될 것인가. 앞서 말했던 `투자를 잘한` 현명한 기업들이 그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보자.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IT 업종은 수요 부진에 허덕이며 직원 수를 줄이고 투자를 대폭 줄였다.



그렇지만 삼성전자(005930)는 달랐다.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강자의 여유라 볼 수도 있지만, 이후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는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경기 둔화기에 투자한 만큼 당분간 설비투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비슷한 시기에 투자에 나섰던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오리온(001800) 호남석유(011170) OCI(010060) 등에도 주목할 만하다. 대규모 설비투자의 효과는 최소 2년 이후부터 나타난다고 고려하면 2008년과 2009년에 투자한 이들 기업의 선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전날(20일) 시장에서도 이들이 다음 주도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보였다.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철강주와 IT주가 눈에 띄게 오른 것.

IT주의 경우 인텔을 비롯해 실적 발표를 앞둔 애플에 대한 기대감까지 맞물리면서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철강주는 그동안의 투자가 가격 인상이라는 호재를 통해 빛을 발했다. 1분기 이후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잘 나가는 지금의 주도주가 좋긴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는 점에서 장바구니에 담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제때 돈을 잘 써서 `넥스트 주도주`가 될 수 있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둬보는 게 좋아 보인다. 물론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어야 하며, 전망 또한 유심히 살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