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손동영 기자
2003.01.11 16:41:58
김석중 상무 `인수위 목표는 사회주의`..盧측 강한 불쾌감
[edaily 손동영기자] 지난 10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목표는 사회주의" 발언에 대해 인수위가 강력 반발하고, 전경련이 긴급해명에 나서는 등 파문이 일고있다. 그동안 재계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거듭해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이 이례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냄에 따라 정부와 재계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있다.
◇인수위, 강한 불쾌감 내비쳐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11일 성명을 발표 "김 상무 발언은 노무현 당선자의 경제정책 기조와 인수위의 정책방향을 심히 왜곡한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외국 언론을 상대로 이같은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발언을 한 것은 전경련 스스로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김 상무의 발언으로 빚어질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경련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하고 "이 발언의 진의 및 근거와 함께 전경련의 공식입장인지 여부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성명은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으로서 재계의 입 역할을 해온 김 상무의 위상을 재계의 일반적인 정서와 연결시키는 인수위측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명에서 국가신인도까지 거론하며 전경련의 책임을 강조한 데서는 노 당선자나 인수위의 감정까지 읽을 수있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어땠나
뉴욕타임즈의 기사제목은 `대선이후, 한국 재계 안심시키기(After the Election, Reassuring Korean Business)`다. 전체적인 기조는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대해 재계의 우려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 노 당선자가 미군의 한국 주둔 철수 등과 같은 발언을 더 이상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기업에 대해서도 더이상 협박성 발언(menace)를 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에 있어 `평등주의(egalitarianism)`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인물은 노 당선자의 핵심 경제참모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KERI)의 좌승희 원장, 서강대 박내회 교수 등. 물론 문제의 김 상무도 `김석준`이란 잘못된 표기로 등장한다.
주로 유 교수등이 노 당선자에 씌워진 `좌경적` `포퓰리즘적` 색깔에 대해 "정말 오해"라고 반박하고있다.
반면 뉴욕타임즈는 보수주의 진영이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 등에 대결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김 상무의 발언을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김 상무는 "우리는 규제완화와 경제자유를 원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경제정책에 있어 매우 위험하며 그들은 급진적인 경제체제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사회주의적인 것(Their goal is socialist)"이라고 말했다.
물론 "새 정부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스탠스를 따르게 될 것이다. 다소 안심하고 있다"는 좌 원장의 발언으로 전경련측의 강경한 이미지는 약간 희석되고있다.
◇전경련 당혹..인수위 `치고빠지기 아니냐` 의구심
김 상무는 현재 개인 업무차 인도네이아 자카르타로 출국했다. 김 상무로부터 해명을 듣지못한 상태에서 전경련은 이날 긴급 해명서를 먼저 내놓았다. 김 상무가 귀국하면 경위를 파악한 뒤 해명을 다시 할 계획도 있다.
전경련은 해명서에서 "김 상무의 뉴욕타임즈 인터뷰 관련 내용은 전경련의 공식입장과 전혀 무관함을 밝힌다. 김 상무가 지난 10일 개인용무로 출국중이어서 현재로선 진위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으나, 물의를 일으키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으로선 김 상무와의 연결고리를 일단 끊는게 급선무였던 셈.
그러나 전경련의 해명에도 불구, 지난 4일 손병두 부회장이 평화방송에 출연해 당선자측의 재벌정책 방향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며 긴장관계가 형성됐을 때보다도 상황은 더 나빠 보인다. 인수위측은 재계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들이 `일단 할 말은 한 뒤 문제가 되면 꼬리를 내리는` 전형적인 `치고빠지기`로 보는 분위기다. 전경련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생각도 강해보인다.
머지않아 노 당선자와 만나기로 돼있는 재계인사들로선 무척 부담스런 환경을 자초한 셈이다. 김 상무 발언파문은 재계에 대한 노 당선자측의 개혁의지를 굳혀주는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