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시 건물이 붕괴되지 않는 원리[생활속산업이야기]

by노희준 기자
2024.12.21 09:00:00

50)화재때 꼭 필요한 도료 내화도료
철골 구조물 기둥과 보 등에 칠하는 도료
팽창한 발포층 열전도율 낮춰 철골 온도 상승 지연
기능성에 더해 작업 효율성도 중요

[KCC 중앙연구소 구창모 프로] 교외에 위치한 초대형베이커리 카페가 인기다. 식물원 콘셉트부터 옛날 공장을 리뉴얼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색다른 분위기 카페까지 한 번쯤 방문해 보고 싶은 곳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곳들은 넓은 공간과 높은 층고로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맛있는 베이커리, 먹거리와 함께 이색적이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필자도 최근 경기도의 한 대형 카페를 방문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천장은 철골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인테리어였다. ‘저기에도 내화도료가 사용됐겠구나. 무슨 브랜드를 썼을까?’ 직업병처럼 도료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사진=KCC)
영화 속 화재 신을 보면 활활 타오르던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많다. 비단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화재 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건물이 붕괴된다. 이처럼 화재가 발생할 때 꼭 필요한 도료가 내화도료다.

내화도료란 화재 시 건축물이 빠르게 붕괴되지 않도록 철골 구조물의 기둥과 보 등에 칠하는 도료를 뜻한다. 뜨거운 열기로부터 철골을 보호해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지연시키는 도료다. 도료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페인트가 화재 시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일정시간 막아준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간단히 원리를 설명해 보자면 내화도료는 평소에는 매우 안정적인 분자 구조의 배열상태를 유지하다가 화재로 인해 화염에 노출돼 도막 내부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수십 배 팽창하게 된다. 이렇게 팽창한 발포층은 열전도율을 크게 낮춰 철골의 온도 상승을 1~3시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소방관이 뜨거운 화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방화복을 착용하는 것처럼, 철골에도 방화복을 입히는 셈이다.



(사진=KCC)
고강도 강재 생산기술 및 용접 기술의 고도화, 그리고 건축 시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초대형 카페와 같은 철골 구조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내화도료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내화도료 시장은 2천억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철골 구조물의 증가와 화재 안전 규제 등으로 인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화도료는 화재 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능성도 중요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시공할 때의 작업 효율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작업성이 떨어진다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있다.

이에 KCC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기능성과 작업성, 환경친화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수성 내화도료를 개발했다. 기존과 동일하게 화재 시 부풀어 올라 철골 구조물을 보호하는 기능은 동일하지만 수성내화도료는 기존 유성도료 대비 약 4배나 빠르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화도료 시공은 철골에 직접적으로 칠하는 하도(방청도료), 그 위에 덧칠하는 중도(내화도료), 마지막으로 색상을 내는 상도(마감도료)로 구분되는데, 빠른 건조는 덧칠하는 작업 속도를 높이고 이는 곧 전체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물과 혼합해 사용하는 만큼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을 최소화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철골 시공 전에 도장 전문 업체에서 진행하는 Shop 도장도 가능해 공기 단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연일 뉴스에서 화재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불이 나도 어떠한 재산 피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도료를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일정시간 건물 붕괴를 지연시켜 주는 수성 내화도료가 최선이다. 내화도료를 연구하는 연구원으로서 최고의 기능성을 지닌 내화도료를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개발되더라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그 기능성이 발휘될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이미지=김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