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지현 기자
2024.07.18 06:00:00
서울 은평구 위치…고려 현종, 진관스님 은혜 보답 위해 지어
전통 이어가는 산사음식 유명…항일정신 담긴 태극기도 발견
한옥마을·계곡 담은 북한산 둘레길 이어지는 풍경도 수려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대웅전 뒤에 우뚝 솟은 봉우리는 ‘응봉’인데 진관사에서는 어머니의 가슴 모양이라는 뜻의 ‘유봉’으로도 부른다. 진관사는 그 아래 어머니의 자궁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때문에 누구나 이곳을 찾으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진관사. 과거 신혈사로 불리는 작은 절이었지만 고려 8대 왕 현종이 자신을 구해준 진관대사를 위해 1011년에 새로 지은 사찰로 1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다. 올초 종영한 KBS 인기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초반 현종(김동준 분)이 즉위 전 천추태후의 견제로 위태로움을 겪으면서 몸을 숨겼던 사찰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진관사다. 현재는 10여명의 비구니(불교의 여성 수도자)들이 꾸려가고 있다.
지난 16일 진관사를 직접 방문했다. 은평한옥마을이 꾸려진 초입을 지나 북한산 둘레길과 연결될 길을 조금 오르니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에 이런 데가 있네”라는 주변의 감탄도 귓등을 스쳤다.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극락교를 건너 해탈문을 지나면 오르막길 양옆에 큰 소나무들이 심어진 마음의 정원이 이어진다. “천년의 향기가 가득한 진관사 극락교를 지나 해탈문에 이르면 아미타부처님이 나를 반겨준다. 종교와 믿음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이들이 마음의 정원 진관사를 거닐며 치유와 평온이 가득하길 빈다”는 팻말은 이곳이 마음이 쉬어가길 바라는 공간임을 알렸다.
다리 건너 진관사 오층탑이 놓인 솔밭을 바라보며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연지원을 지나면 기둥이 건물을 받치는 홍제루에 이른다. 형형색색의 소원들이 머리맡에서 펄럭인다. 기둥 옆 놓인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진관사의 앞마당이 펼쳐진다.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아늑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곳이다. 현재 공사 중인 나가원을 비롯해 명부전, 독성전, 칠성각, 나한전, 적묵당, 교육원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으며, 높은 소나무와 초록의 산세가 감싸고 있는 형태다.
지난해 8000명, 올해는 이미 6000명이 넘게 진관사를 찾았다. 이 날도 평일 낮임에도 사찰을 찾은 사람은 얼추 수십 명 이상 스쳐 갔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단체로 찾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찰 주변으로는 북한산 둘레길과 계곡도 이어져 종교와 무관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어 평소에도 많은 등산객들이 오간다고 한다.
진관사와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할 수 있지만 백미는 ‘산사음식’이다. 진관사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국가적으로 설행하던 재(齋, 승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공양을 올리면서 행하던 불교 의식)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산사음식이 발달했다. 조선시대 가장 큰 불교행사이면서 국가무형문화재 126호로 지정된 ‘진관사 국행수륙재’가 대표적인 재다. 큰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던 가풍도 전통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2호인 계호스님은 2009년 진관사 산사음식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사찰음식을 알리는 데 공헌하고 있다.
진관사의 산사음식은 육류, 생선,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양파)를 쓰지 않고 된장, 고추장, 간장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저장한다. 제철나물과 채소를 활용해 효소, 부각, 장아찌류, 말린 나물류 등의 저장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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