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펀드 '환매 러시'…반도체·로봇·바이오 옮겨갔다
by이은정 기자
2023.08.09 08:10:00
국내 주식형 펀드, 1개월 유출 전환… -6806억원
코스닥 레버리지 공모펀드·2차전지 ETF 유출 상위
반도체·로봇·바이오·방산 등 테마로 자금 이동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2차전지 주가가 출렁이며 펀드도 쪼그라들고 있다. 그간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코스닥과 2차전지 테마형 상품에서 가장 많은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이 고점에 오르면서 차익 실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2차전지에서 반도체, 로봇, 바이오, 방산 등 테마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개월 새 6806억원이 유출됐다. 3개월간 6462억원이 유입됐지만, 한 달 새 유출 전환했다. 국내 주식형 내 인덱스주식 유형에서도 인덱스주식섹터(-2945억원)의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ETF를 제외한 주식형 공모펀드는 대체로 코스닥 레버리지를 중심으로 자금 유출 상위에 올랐다. ‘NH-Amundi코스닥2배레버리지’, ‘KB스타코스닥150인덱스’, ‘한국투자코스닥두배로’ 등이다. 코스닥은 2차전지 수급 쏠림이 심화하며 코스피 대비 웃도는 성과를 기록해왔다. 이에 차익 실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TF를 별도로 살펴보면 2차전지, 삼성그룹주 등 테마형과 코스닥 레버리지 ETF에서 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1개월 자금 유출 상위는 △TIGER 2차전지테마(-3215억원) △KODEX 2차전지산업 (-2705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131억원) △KODEX 삼성그룹주 (-2004억원) 등 순이다. 이어 △KBSTAR 2차전지액티브 △SOL 2차전지소부장Fn △TIGER KRX2차전지K-뉴딜 ETF에서도 500억~600억원대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2차전지 ETF들의 견조한 수익률이 이어지면서 차익 실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 유출 상위인 TIGER 2차전지테마와 KBSTAR 2차전지액티브, SOL 2차전지소부장 등은 2차전지 급등락 속에 1개월간 10% 중반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관련주가 강세를 보인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익 실현을 위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에 몰렸던 수급이 분산되고,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ETF 변동성도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4일 기준 2차전지 ETF 내 구성 종목별 1개월 변동률을 살펴보면, 2차전지 소재주를 중심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1주로 기간을 좁혀 집계하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 있다.
자금 유출 상위인 TIGER 2차전지테마 ETF 내 1개월간 POSCO홀딩스(005490)는 40.25%, 에코프로비엠(247540)은 21.43%, 에코프로(086520)는 8.78%, 포스코퓨처엠(003670)은 10.16% 수익률을 기록했다. 1주로 기간을 좁히면 POSCO홀딩스는 12.62%, 에코프로비엠은 18.85%, 에코프로는 11.68%, 포스코퓨처엠은 16.70% 급락했다.
변동성 국면인 만큼 추격 매수 등에 따른 리스크를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운용사의 한 운용역은 “2차전지를 비롯해 한 섹터가 고점에 간 이후에는 더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어 추격 매수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변동성이 클 때 빠르게 상승하면, 그만큼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충분히 가격이 내렸을 때 진입하거나, 다른 섹터를 찾아 분산 투자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2차전지에서 손을 거둔 ETF 투자자들은 반도체, 로봇, 바이오, 방산 등 테마로 옮겨가고 있다. 1개월간 자금 유입 상위 ETF를 살펴보면 △SOL 반도체소부장Fn(1421억원)에 1000억원 이상이 유입됐다. 이어 △KODEX 삼성그룹밸류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1044억원) △KODEX 반도체 △KODEX K-로봇액티브 △ARIRANG 방산Fn △TIGER 헬스케어 △KODEX 바이오 등도 순유입을 기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쏠림이 완화하면서 시장 자금이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 실적이 양호한 소외 업종으로 분산되고 있다”며 “실적 측면에서 투자자는 하반기와 내년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이 경우 소외주보다 반도체, 조선, 기계, 자동차, 미디어 등이 12개월 이익 모멘텀 상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연구원은 “2분기 실적시즌이 끝난 이후 미래 전망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 반도체를 비롯한 기존 주도주들로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