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윤희숙 “아빠·엄마찬스? 청년들이 화가 안날 수 없다”

by박태진 기자
2020.09.28 06:00:00

조국 ‘아빠찬스’·秋 ‘엄마찬스’·인국공 사태 대표적
청년 열패감…노동·교육·공공부문 구조개혁 못한 탓
文정부 경제정책 마이너스…경제3법 실증 바탕 돼야
‘5분 발언’ 스타에 서울시장 후보까지…말의 무게감 느껴져

[이데일리 박태진 권오석 기자] 경제정책통(通). ‘나는 임차인입니다’ 5분 발언 스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에 붙는 수식어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그는 21대 국회에 첫발을 내디딘 초선 의원이지만, 지난 7월 국회 본회장에서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개정안에 반대하는 토론에 나섰다가 단숨에 스타 의원으로 발돋움했다. 최근에는 내년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야권 후보까지 언급되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계에 발을 들인지 4개월 차인 윤 의원을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우리 사회 갈등 원인과 해결책,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윤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공정한 사태들은 절차를 무시한 정부·여당 집권세력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표창장 위조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시절 특혜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지난해부터 청년들을 열 받게 한 것은 조 전 장관 아빠찬스, 추 장관의 엄마찬스, 인국공 등의 사태들이 우리나라 권력 핵심층을 중심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뛰어넘었다는 데 있다”면서 “우리나라 청년들이 절차적인 준수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고, 지키라고 있는 것이 절차인데 권력층이라고 뛰어넘어 가는데 화가 안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권력 핵심들이 정치적 긴장감이 전혀 없는 탓에 젊은 층의 열패감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젊은이들이 왜 절차에 민감한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은 586세대로 인해 젊은이들이 일할 기회가 줄어들어서다. 그는 “586세대는 우리나라 경제가 가장 좋을 때 젊은 날을 보냈고, IMF 위기도 빗겨갔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가 꺾이며 기득권층이 한번 가진 것을 계속 쥐고 있으려고 하다 보니 젊은 층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사회진출 입구가 너무 작아지면서 절차적 공정성 문제가, 젊은 층에겐 죽고 사는 생사의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젊은이들의 열패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절차를 중시하는 사회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본적으로는 기존 세대와 젊은 세대 간 기회가 차이가 나는 구조를 왜 유지하고 있느냐를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노동뿐 아니라 교육,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다.



그는 “적어도 공교육의 질이 높아서 있는 집, 없는 집 애들이 부모 경제력 때문에 차이가 나선 안 되게 해야 하는데 그간 정부들이 진보건, 보수건 이걸 놓쳤다”면서 “구조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데 힘쓰지 않고 자기 주변 사람만 편법으로 밀어 넣고 부끄러움이 없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한 상황에서 저성장 경제로 넘어가면서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라고 덧붙였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마이너스란 평가다. 현 정권의 경제 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로 하고 있다는 것. 그는 임대차 3법을 예로 들며 당장 혼란이 없어 보여도, 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가 앞으로 긍정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를 줄이고 공급을 늘려야 가격이 안정되고 물량이 확보되지만 거꾸로 갔기 때문이다.

그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목표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실수요자를 우선시한다면 현재 40% 이하로 규제해 놓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것. 그는 “무주택자이면서 최소한 소득의 안정성 있다면, LTV를 확 풀어줘야 한다”며 “다만 금융 리스크가 커지면 안 되기 때문에 관련된 보험을 정부가 보조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의원은 최근 재계와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공정경제(기업규제) 3법’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찬성하지만 실증적 근거에 기반해 면밀히 검토해 봐야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경제환경이 바뀐 만큼 감시를 많이 받는 대기업의 거래 관행도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이런 변화된 경제 환경 속에서 각종 우려가 있다고 하면 굉장히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가 너무 고압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우려하는 상황에 해당 근거들은 대고 있지만 정작,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여당 측에서는 반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점도 꼬집었다. 정책은 결과로 평가해야지, 의도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국회에 입성한 지 120일을 넘어선 윤 의원은 이전과 달라진 점으로 말의 무게감을 꼽았다. 지난 7월 30일 5분 발언 당시를 잠시 회상했다. 연구자로서 얘기하면, 눈에 띄는 내용만 사람들이 알아듣고 대부분은 묻혔지만, 의원으로서 말을 하면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우리 정치도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줬다고 했다. 영남 대 호남 등의 정쟁이 아니라 정책으로 얘기하는 것이 그간 우리 국회에서 실종됐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다이얼로그도 중요하나, 정책에 대한 논쟁이나 정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