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우수교사 빼가려는 경기교육청, 안팎서 `구설수`

by이종일 기자
2019.11.14 07:19:00

16개 시·도 교사 대상 영입절차 진행
경기교육청, 공립 대안학교 설립 목적
타 교육청 "이기적·무리한 행정" 지적
경기 교사 "외부 교사 수혈 문제" 비판

경기도교육청 전경.


[이데일리 이종일 정재훈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전국에서 특정 교육실적이 있는 경력교사를 영입하려고 해 지역 우수교사 빼가기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달 7일 부산 등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초등교사 일방전입 계획 공문을 보냈다. 이는 경기지역 공립 대안학교 특성화를 위해 공연·전시분야 교육실적이 있는 우수 초등교사 30명을 경기도가 아닌 16개 시·도에서 선발하려는 것이다. 통상 시·도간 교사 교류는 1대 1 맞교환 형태로 이뤄지지만 도교육청은 이번에 경기지역 교사의 타 시·도 전출(교환) 없이 외부 교사 30명을 영입하려고만 한다.

일방전입 내신서 접수 마감은 지난달 25일까지였고 미달 시 추가 모집은 하지 않겠다고 공문에 기재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접수 마감 뒤 신청자가 미달되자 입장을 바꿔 같은 달 30일 일방전입 계획 2차 공문을 부산 등 10개 시·도교육청에 보냈고 일방전입 내신서를 이달 7일까지 접수한다고 다시 안내했다. 2차 공문이 발송된 10개 시·도는 1차 모집 때 내신서를 낸 교사가 1명도 없었던 지역이다. 이 가운데 일부 시·도교육청은 경기교육청이 입장을 번복해 보낸 2차 공문을 일선 학교에 배포하지 않았다. 결국 2차 모집 때 전국에서 경기교육청에 내신서를 낸 교사는 1명도 없었다.

이를 두고 일부 시·도에서 경기교육청이 무리한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교육청 관계자는 “지역마다 우수교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경기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인력 수급을 하지 않고 타 시·도에서 우수인재를 빼가려고 한다”며 “매우 이기적이고 무리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B교육청 관계자도 “경상도, 전라도 등에서는 경기지역 전입을 희망하는 교사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맞교환하지 않고 일방전입으로 빼가기만 하면 해당 시·도는 우수교사가 부족해진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도 이같은 교육청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지역 한 초등교사는 “도내에 공연·전시분야 우수교사가 많은데 경기교육청은 도내 교사에게 아무런 제안을 하지 않고 타 시·도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경기지역을 잘 모르는 타 시·도 교사가 오면 학교현장은 한동안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교사는 “경기도에서 우수교사를 양성할 생각은 하지 않고 타 시·도에서 수혈하는 방식으로 교육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도내에서도 공연·전시분야 우수교사를 선발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함께 준비할 것”이라며 “일방전입 계획은 전국에서 널리 우수교사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2차 공문 발송은 일부 시·도 교사들이 해당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민원을 제기해 시행한 것”이라며 “전국에서 우수교사가 오면 경기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교육청은 일방전입 내신서를 낸 전국 교사에 대한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전입자를 확정하고 3월1일자로 인사 조치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해당 교사들과 문화·예술교육 특성화 공립 대안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지시로 추진 중이다. 공립 대안학교 설립 지역, 개교 시기, 학교 수, 교과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도내 공립 대안학교는 위스쿨(치유학교)인 경기새울학교 1곳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