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쏘아올린 공…스트리밍 업계, '헝거게임' 개시?

by김보영 기자
2019.11.13 07:17:33

디즈니플러스 개시…월 7달러에 마블·겨울왕국 즐겨
5년 내 7600만 구독자 예상…넷플릭스 빨간불
글로벌 OTT 경쟁, 국내 시장도 시끌…콘텐츠주 강세

콘텐츠 공룡 월트디즈니와 케이블 통신기업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 보유 훌루 지분 33%를 2024년 디즈니가 사들이는 계약에 합의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의 모회사. 이날 월트디즈니 로고가 띄워진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 = 뉴욕 AP 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스트리밍 시장은 거대한 전쟁에 직면했다. 디즈니와 넷플릭스를 필두로 현실판 ‘헝거게임’이 될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개시를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의 반응이다.

96년 역사의 미국 콘텐츠 기업 디즈니가 론칭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가 12일(현지시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즈니 플러스의 출시로 넷플릭스가 선점하고 있던 국내외 스트리밍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를 포함한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국내 방송·통신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장 큰 강점은 다채로운 콘텐츠다. 스타워즈와 마블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히트 영화 시리즈부터 알라딘과 신데렐라, 모아나 등 아동용 영화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21세기폭스(FOX) 사의 자산을 713억 달러에 사들여 몸집을 부풀렸다. 마블과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인기 브랜드 콘텐츠들을 월 약 7달러(한화 약 8150원)만 주면 온라인에서 무제한 골라볼 수 있다. 현재 업계를 주도하는 넷플릭스 요금제(12.99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수익 창출에 앞서 소비자 먼저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디즈니는 이를 통해 2024년 정도가 돼야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영리한 가격 책정”이라며 “소비자를 모으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NYT)는 향후 7주 안에 최소 800만명, 5년 내 7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업계의 선두주자는 200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1억 5800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넷플릭스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에 애플TV, HBO맥스까지 가세해 경쟁자가 속출하면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여론에서도 입증된다. WSJ·해리스가 진행한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 구독자의 30%가 새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할 생각이 있다고도 답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시장에서 OTT 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애플과 디즈니의 서비스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이 하드웨어 판매에 방점을 둔 만큼 순수 콘텐츠 제작 능력이 앞선 디즈니의 경쟁력이 더 우세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거세지는 OTT 경쟁에 국내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인터넷(IP) TV·케이블TV의 인수합병(M&A)을 승인하면서 국내 방송·통신사업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 경쟁이 가져올 국내 시장 개편에 대한 기대감에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다. 11일 엔터테인먼트 기업 SM C&C와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4.79%, 2.69% 오른 1750원과 2670원에 장을 마감했고 콘텐츠 기업 초록뱀과 NEW는 각각 1.03%, 0.49% 올라 1465원과 4085원에 마감했다. 콘텐츠 대형주로 꼽히는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도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다.

OTT 경쟁 구도 형성으로 국내 콘텐츠 품질 개선까지 따라준다면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외 주문형비디오(VOD) 유통 수익이 안정적 증가세로 접어들었다”며 “멀티 OTT 체제에서 판가 및 제작 규모 증가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콘텐츠업계에 곧바로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라 판단하기는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박상주 성균관대 영상학부 겸임교수는 “결국 관건은 디즈니 플러스 등 론칭한 글로벌 플랫폼들이 국내에 진출을 확실히 할 지 여부에 달려 있는데, 디즈니 플러스 측은 아직 내년까지 국내 진출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며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이 있었고 한국이 중국을 끼고 아시아 시장의 다리가 돼 줄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었다. 중국 시장이 닫혀 있는 지금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국내 진출을 확실히 결정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다시 열린다 해도 수요가 예전처럼 높을지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글로벌 플랫폼 시장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며 대비는 해둬야 할 것이다. 제작업계는 특히 콘텐츠를 내놓을 창구들이 많아졌고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기회가 많아졌기에 이런 변화로 수익을 누리게 되는 효과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