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아동학대 전과 있어도 '깜깜이'…못 믿을 육아도우미

by안혜신 기자
2018.10.31 06:30:00

학대사례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정부 관리 밖
주무부처 없고 관리 법안도 없어
부모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필요"

일러스트=심재원(그림에다) 작가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3살짜리 남자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최진영(35)씨는 조선족 입주 육아도우미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다. 월 200만원이라는 도우미 월급은 빡빡한 살림에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최씨는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 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최씨의 출근 시간은 오전 7시30분까지로 이르다. 퇴근시간도 잦은 야근으로 규칙적이지 않아 어린이집에 온종일 아이를 맡겨야 할 때가 많았다. 남편도 출장이 잦아 아이를 맡기 쉽지 않다.

등하원만 돕는 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었지만 이른 아침에 출근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최씨는 월급을 털어 입주 육아도우미를 고용했다.

어렵게 입주 도우미를 구해 함께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최씨는 “비자나 외국인등록증 등 신분 확인은 했지만 위조했다고 해도 구분할 방법이 없어 불안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정부에서 민간 육아도우미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신원 확인이라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탓에 이용이 쉽지 않다. 출퇴근 시간 문제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부모들은 최씨처럼 사설 육아도우미를 찾는다.

문제는 민간업체가 공급하는 사설 도우미들 중에는 불법체류자가 포함된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다 내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아동학대 전과 등 과거경력을 확인할 수단이 없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근거가 없어 사설 육아도우미 관리까지 책임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는 사설 육아도우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실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통계도 사실상 없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위탁해 작성한 ‘민간 베이비시터 운영실태 및 관리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가 있긴 하지만 5년 전인 지난 2013년에 작성된 것이다.

사설 육아도우미를 관리하는 주무부처 자체도 없다.

현재 고용노동부 ‘직업안정법’에 의해서 육아도우미 뿐 아니라 아이 돌봄과 관련된 사설 업체는 모두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직업안정법 자체가 육아도우미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보니 고용노동부에서도 이들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가정내 육아서비스인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가족부도 사설 육아도우미 관리업무는 관할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여가부, 복지부 등 정부부처 내에서도 사설 육아도우미에 대한 관리감독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제도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임의로 개입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사설 육아도우미 관리 방안에 대해 고민은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민간 부문에 대한 관리는 국민적인 합의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육아도우미 신규교육 실시 여부(그래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부모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설문조사 대상 123개 업체 중 육아도우미에게 신규교육을 실시하는 업체는 전체의 61.8%인 76개소였고, 그나마도 교육시간이 5시간 미만인 경우가 30개소(40%)로 가장 많았다. 실시주체가 회사인 경우도 전체의 86.8%인 66개소나 됐다.

사설 육아도우미 경력 10년차인 전모(64)씨는 “업체를 통해 소개를 받아 일을 하고 있지만 한번도 아이돌봄 관련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오히려 업체에서 면접 팁이라면서 식당 근무 경력을 숨기고 관련 경력이 있다는 거짓말을 하라고 알려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나마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 가사도우미 처우개선을 위한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법안은 가사근로자에 대한 4대 보험과 유급휴가 보장 등 정부가 이들을 관리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설 육아도우미에 대한 관리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가사근로자에 대한 법안이지만 여기에 아동 보호 등도 포함하고 있어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육아도우미를 관할하는 법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다만 고용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엄마가 도우미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과거에는 드문 일이어서 제도가 변화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비용 규제까지는 어렵겠지만 육아도우미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하고 신원확인 등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도 보장해주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