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식품사업 짭짤···패션업계 이유 있는 ‘외도’

by이성웅 기자
2018.05.23 06:00:00

신세계인터, 패션 대신 화장품으로 영업익 1.5배 급등
LF는 식품 유통 사업, 한섬은 SK패션 인수로 매출 증가
삼성물산 패션부문 1Q만에 적자 전환…유통 채널 강화로 개선 예고

신세계 인터내셔날 전경 (사진=신세계 인터내셔날)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의류업계가 사업 다각화와 신규 브랜드 확장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신세계(004170) 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사업, LF(093050)는 식품 사업으로 지난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SK네트웍스(001740) 패션부문 인수로 브랜드를 늘린 한섬(020000)도 매출액이 대폭 늘었다. 다만 영업 적자를 줄이기 위해 브랜드 정리 작업 등을 진행한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만 영업손실을 내며 1분기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69% 증가한 292억5842만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1.8% 늘어난 2721억4158만원, 당기순이익은 90억8625만원으로 39.9% 증가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성장의 1등 공신은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였다.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비디비치는 면세점 출점을 계기로 지난 3월 매출이 급등했다. 그 효과로 신세계 인터내셔날 내 화장품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4배 늘어난 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5배 뛴 399억원이다.

패션부문에선 브랜드 효율화 작업을 통해 실적을 개선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지난해 9월 성과가 부진했던 의류 브랜드 ‘바나나 리퍼블릭’ 사업을 접었다. 적자 매장도 정리하면서 매장당 효율을 높이고 수입 원가를 낮추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덕분에 자회사 신세계 톰보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9.3%(17억원) 늘어났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올해 남은 기간동안 비디비치의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연내 신세계 화장품 편집매장인 ‘시코르’와 시내 면세점 등에 비디비치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LF가 지난해 인수한 일본 식자재 유통업체 ‘모노링크’ 관련 이미지.(사진=LF푸드)
LF는 자회사 LF푸드를 통해 식품 영역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면서 실적을 개선했다. LF 1분기 영업이익은 290억9801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21.3% 증가했다.

LF는 지난해 3월 일본 식자재 유통업체 ‘모노링크’를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유럽 식자재 유통업체 ‘구르메에프앤드비코리아’를 인수했다.



더불어 2016년부터 시작한 화장품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오는 9월엔 의류 브랜드 ‘헤지스’에서 남성 화장품 제품군인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섬은 기존 의류 사업을 대거 확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한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290억9801만원, 매출액은 35.1% 늘어난 3304억9593만원이다.

한섬은 지난해 3월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했다. 더불어 ‘타임’이나 ‘시스템’ 등 기존 한섬 브랜드도 함께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난해 1분기에 70억원에 달하는 부과세 환급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7% 가량 감소했다.

빈폴 2018년도 봄·가을 상품 이미지 (사진=삼성물산)
주요 의류업체 중 실적이 가장 부진한 곳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다. 1분기 의류부문 매출액은 46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 줄었다. 지난해 4분기 겨울철 특수에 힘입어 3년 만에 흑자를 냈던 영업이익은 4억원 손실을 내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물산 측은 사업개편을 진행하면서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1분기까지 사업개편을 진행했다”라며 “기존에 운영했던 브랜드 중 일부를 정리하면서 발생한 비용손실이나 매출규모 축소의 영향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유통채널 강화로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통합몰인 SSF를 전면 개편하는 등 온라인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투자 중이다. 또 주요 브랜드 외에 여성복 브랜드인 ‘르베이지’나 SPA(일괄 제조·유통) 브랜드 ‘에잇세컨즈’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자라나 H&M 등 해외 SPA 브랜드의 국내 진출과 경제난이 맞물리면서 의류 사업만으론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라며 “앞으로도 사업 다각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