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美에 "철강제재서 한국 제외" 요구

by김겨레 기자
2018.03.04 11:29:14

정치권 유력인사 565명에 서한
韓-美 역사·군사적 혈맹관계 강조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 의회 및 행정부 인사들에게 이번 철강 수입제재에서 한국을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경련은 미국의 철강수입 제재 대상국에 한국이 제외되어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허창수 전경련 회장 명의로 미국 의회 및 행정부 유력인사 565명에게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전경련은 해치 상원재무위원회(Senate Finance Committee) 위원장, 브래디 하원세입위원회(House Ways and Means) 위원장, 로스 상무부장관, 틸러슨 국무부 장관 등에게 서한을 보냈다.

전경련은 서한 발송 배경에 대해 “지난 1월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등 최근 미국은 한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철강마저 수입제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자칫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제재 범위가 확산될 수 있다. 선제적 차원에서 미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이 미국측에 제시한 한국산 철강의 수입제재 제한 이유는 크게 5가지다. △한국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역사적·군사적 혈맹관계 △한국은 최근 미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 △철강제재시 미국경제 악영향 가능성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 △한국은 미국의 철강제재 타깃 대상국이 아님 등이다.

전경련은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상호방위조약을 한국을 포함한 3개국(한국, 일본, 필리핀)과만 맺고 있으며, 한국은 미국과만 상호방위조약을 갖고 있을 만큼 양국은 군사적 혈맹관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응해 함께 싸운 역사적 동맹국이라며 한미간의 통상마찰 문제에 있어서 우월적 개념으로서의 혈맹국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2017년 1~9월중에 집계된 금액만 131억 달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된 2012년 당시 57억 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이 미국의 서비스 수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한 무역수지도 개선되고 있다. 2017년 미국의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229억 달러로 2015년 283억 달러 대비 19% 감소했다. 한국 기업들은 향후 5년간 삼성전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 건설(약 950명), 엘지전자 테네시 가전공장 건설(약 600명) 등을 통해 2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품조달 및 생산차질에 따른 고용감소도 우려했다. 미국입법교류협회 등 6개 자유무역 옹호단체는 수입 철강은 미국내 65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국내총생산(GDP) 1조달러의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철강은 자동차, 항공 등 장치산업으로부터 알루미늄 캔 등 소비재산업까지 폭 넓은 분야에서 중간재로 사용되고 있어, 철강 수입제재는 철강을 소재로 하는 수많은 산업에서 부품공급 및 생산차질, 그리고 고용감소 등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주로 냉연과 도금이 사용되는 데 자동차 개발단계에서부터 특정 제품으로 맞춤형으로 지정돼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제품으로의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철강 수입이 제한될 경우 외국산 냉연과 도금을 사용하던 자동차 회사는 심각한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다 수많은 협력사들의 경영도 연쇄적으로 어려워져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들의 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철강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상대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보복 조치를 강행할 경우 미국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경련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이 철강 수입가격 또는 물량제한을 과도하게 통제할 경우, 제재 대상국은 유사한 보복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러한 수입제한 조치가 철강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품목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EU(유럽연합), 중국 등 전 세계는 보호무역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

전경련은 한국은 철강제재 타깃 대상국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했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월 철강 수입제재 대상국 선정에 있어 중국산 철강제품의 우회수출 여부와 철강 생산능력 확장 속도 등을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제품에는 중국산 철강재를 사용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미 수출 철강제품의 중국산 철강재 사용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철강 생산능력도 2000년대 들어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2016년 조강생산량*은 68,576mt으로 2011년의 68,519mt에 비해 불과 0.08% 증가했다.

전경련은 지난달 26일 미국에 민간대표단을 파견해 상무부 장관, 헤리티지재단 회장 등과 만나 한국과의 통상마찰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유환익 혁신성장실장은 “미국은 이미 2016년에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30~60%대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라 “미국이 이번에 다시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철강기업의 대미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