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첫번째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 연비는 만족· 운전 재미는 아쉬워

by신정은 기자
2016.01.30 07:00:00

[파주=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가 친환경 전용차로 내놓은 아이오닉.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차(HEV)의 베스트셀러 도요타 프리우스와 겨뤄야 한다. 프리우스는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 HEV 전용 모델로 출시해 글로벌 350만대를 팔며 하이브리드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는 3월 4세대 모델이 국내 출시예정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이 연비나 성능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 20일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아이오닉 HEV를 시승했다. 시승차는 17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최상위 트림 Q모델로 색상은 미스트 메도우다. 아이오닉 색상은 9가지로 선택 폭이 넓다.

파주 헤이리에 세워져 있는 아이오닉 아이브리드(HEV) Q모델 차량. 색상은 미스트 메도우다.
옆라인은 아반떼와 비슷했지만, 앞뒤 라인에는 공기저항을 최소하 하기 위해 윤곽이 입체적으로 더 들어갔다. 소비자들이 가장 호감을 갖는다는 후미 부분은 군데군데 들어간 검정색 포인트와 2단으로 나뉜 창 때문인지 세련된 느낌이다.

피닉스 오렌지 색상의 아이오닉 뒷모습. 윤곽이 입체적으로 들어갔고, 2단으로 나뉜 창이 세련됐다.
풀옵션 내부는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실용적인 모습이다. 앞좌석 공간은 넉넉했지만 뒷좌석은 키 160㎝ 초반대인 기자가 앉기에도 좁았다. 그도 그럴 것이 차체 길이가 4470㎜로 경쟁차인 도요타 프리우스 4세대보다 70mm짧은 편인데, 트렁크는 750ℓ로 프리우스(502ℓ)보다 훨씬 넓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트렁크에서 뒷좌석 밑 공간으로 옮겼다. 배터리 때문에 디자인상으로는 마감처리가 아쉬웠지만, 공간 확보를 위해서라고 하니 긍정적이다.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뒷좌석 밑 부분에 장착됐다.
아이오닉의 트렁크는 750L로 프리우스(502L)보다 넓다.
운전석에 앉아서 본 계기판은 허전할 정도로 간단했다. 연비를 강조한 모델인 만큼 연비와 에너지 순환(파워·에코·차지 게이지 표시)을 보여주는 게이지가 좌우로 배치됐다. ‘나 정말 저렴하게 운전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살린 것이다. D컷 핸들은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됐고 오히려 편해졌다.



계기판에는 속도 측정계를 사이에 두고 연비와 에너지 순환(파워·에코·차지 게이지 표시)을 보여주는 게이지가 좌우로 배치됐다.
이날 시승행사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파주 헤이리 요나루키까지 편도 약 50.16km를 운전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총 1시간 5분이 걸렸고, 평균 연비는 23.0km/ℓ를 기록했다. 원래 정숙 운전을 하는데다 최대한 에코구간에서 구동한 측면도 있다. 동승했던 기자는 26.0km/ℓ, 또 다른 기자는 19.0km/ℓ 정도였다고 하니 어떻게 운전하는지에 따라 연비가 확실히 달라졌다. 17인치 휠 모델의 공식연비는 20.2km/ℓ다. (15인치는 22.4km/ℓ)

보조석에 앉아서 찍은 바깥풍경. 에어컨이 나오는 송풍구도 파란색 테두리로 강조했다. 풍량 조절 기능은 보이지 않았다.
HEV인만큼 소음과 진동은 적었다. 특히 이번 모델이 전기로만 구현되는 범위가 넓어져 엔진소리는 드물게 들렸다. 자체가 작은데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경량소재를 사용해서 무게감이 적었다. 그렇다보니 주행 중에 안정감이 떨어졌다. 하이브리드 전용인 카파 1.6 GDi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 1.56KW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결합해 120㎞/h 이상으로도 꾸준히 가속되는 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고속 주행시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크게 들렸고, 중간중간 160km/h 이상 속도가 올라가면 연비가 확 떨어졌다.

보조석에 앉으니 여러가지 악세서리가 눈에 띈다. 기어봉과 공조 장치 사이 공간이 넓어 스마트폰 등을 놓을 수 있었고, 수납공간에 있는 USB 충전기에 선을 연결하고도 뚜껑이 닫힐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세심함, 보조석 햇빛가리개에 장착한 거울 등이 돋보였다. 보조석 좌석 조절은 수동이다.

충전선이 망가지지 않도록 배려한 작은 구멍.
전체적으로 현대자동차가 친환경이라는 컨셉을 아이오닉에 제대로 주입했다는 느낌이었다. 젊은 층에 어울리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고, 40~50대라면 연비와 기능이 좋은 세컨드카로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계약 고객 연령대는 고루 분포돼 있다고 한다. 연비와 운전의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설명보다는 친환경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구축하는 모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