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5.05.12 07:00:00
삼성테크윈·토탈, 한화 등급 '키 맞추기' 예상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삼성은 채권발행이 많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 나오면 물량을 소화하는데는 전혀 문제없다.”(A 채권애널리스트)
“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는 전자와 생명이지만 어떤 계열사의 채권에도 일정부분 이름값의 힘이 있고, 이는 노치업이 가능한 요소로 인식돼 왔다.”(B채권매니저)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에서 삼성그룹 계열사의 등급 적정성이 도마에 오른 것은 까마득한 옛일이다. 2005~2006년 삼성카드(당시 AA-)가 당시 ‘카드사 부실이 온전히 회복됐느냐’는 논란속에 등급 적정성 지적을 받은 것 외에는 지난 10년간 후보로조차 거론되는 일이 드물었다. 채권시장에서 삼성채권 자체가 흔하지 않았고,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프리미엄’이 붙는 인기물건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적정성을 논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삼성카드 이후 강산이 한번 변한 21회 SRE에서는 삼성계열사들이 모처럼(?) 등급 적정성 설문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에는 전자(電子)와 후자(後子)가 있다.”
시장의 우스갯소리이고 어느 계열사를 특정할 수도 없지만, 국내 그룹 어디에나 주력사업을 하거나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계열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계열사도 있는 법이다. M&A를 통해 양자(養子)를 맞아들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곳에 양자로 갈 수도 있다.
21회 SRE 기업별 신용등급 적정성 설문에서는 전체응답자 173명 중 44명(득표율 25.4%, 5개 이내 복수응답 가능)이 삼성테크윈(AA)·삼성토탈(AA)의 등급에 이의를 제기했다. SRE 응답군(群) 가운데 △채권애널리스트 △채권매니저·브로커 △회사채 업무비중 61% 이상 등 다양한 표본으로부터 모두 최다득표를 받았다.
삼성테크윈·토탈에 대한 설문 결과에 한 자문위원은 “갑작스런 M&A에 따른 앵그리 보팅”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11월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6%를 (주)한화와 한화케미칼·에너지가 인수하는 ‘빅딜’을 체결했다.
4월 현재 삼성테크윈의 기업신용등급은 AA, 테크윈 지분을 인수할 주체인(주)한화는 이보다 3단계 낮은 ‘A’다. 삼성종합화학이 지분 50%를 가진 삼성토탈의 등급도 AA로 인수주체 한화에너지(AA-)·한화케미칼(A+)보다 높다.
무엇보다 삼성테크윈의 최대주주이자, 테크윈을 통해 삼성종합화학과 토탈을 간접지배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10여년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 유효등급은 없지만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최고등급 AAA급 채권으로 인식된다.
국내 10대그룹인 한화의 입장에서 ‘우리도 꽤 잘 나가는 부모’라고 항변할 수는 있지만 회사채 시장에선 엄연히 신용등급이 있고,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방법에서도 부모(모기업) 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그룹)의 이름값은 재무적 지원 지원가능성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계열사 등급을 동반 상향시키는 요인중 하나다.
반대로 얘기하면 부모의 품을 떠나 양자로 보낼 자식이라면 ‘등급 키맞추기’는 새로운 부모의 신용에 수렴하는 과정이 필연적 수순이라는게 이번 SRE 설문결과다.
그동안 기업등급 적정성 설문에서 그룹전반의 위기로 이른바 ‘디폴트’ 위험이 부각된 곳들이 상위에 자주 거론된 것과 달리 이번 설문에서는 M&A라는 일회성 이벤트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