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13.08.13 08:33:22
애플, 오바마 행정부 거부권 행사 미리 알았을 가능성 높아
미 행정부, 애플의 삼성소송에는 거부권 행사 안할 것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애플이 특허분쟁 종료에 관한 합의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막판에 삼성전자에 터무니 없는 보상금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판을 깼다는 증언이 나왔다.
IT 업계 관계자는 13일 “지난해 여름부터 애플과 삼성전자(005930)는 진행 중인 특허소송에 대한 협상을 벌여 작년 12월 타협점을 찾았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애플 측이 갑자기 삼성에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애플이 삼성전자와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타협을 추진하다 갑자기 협상을 일방적으로 깨뜨려 관련업계에서 의아해 했다”며 “애플의 태도가 돌변하면서 삼성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이유와 배경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그 때는 알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이달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플의 태도가 돌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중대발표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일부 애플 제품의 미국내 수입을 금지한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 오바마 행정부가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애플의 일방적이면서도 막강한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애플은 오바마 미 행정부가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해 ITC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애플에 유리한 행정권한을 최종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는 고급 정보를 사전에 미리 입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때문에 삼성과 타협을 적극 추진하던 애플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오바마 미 행정부는 향후에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 애플 편을 들어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내 수입금지를 건의한 ITC의 최근 결정에 대해서도 오바마 미 행정부는 애플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ITC 결정에 대해서 앞으로 56일 이내 수용 및 거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고충곤 미국특허 변호사는 “삼성의 애플 상대소송은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표준특허 사항이어서 수입을 금지하면 소비자 선택폭이 줄어들어 오바마 행정부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도 명분이 있었다”며 “반면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은 다른 기술로 대신할 수 있는 상용특허(비표준특허)가 대부분이어서 미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ITC의 판결 여부에 관계없이 오바마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애플에 유리한 행정 결정을 내리게 되면 핵심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 공략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 IT업체의 한 경영자는 “미국은 그동안 세계 어느 나라보다 특허권을 보편타당하게 인정·보호해줌으로써 세계 초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처럼 애플 편만 일방적으로 들게 되면 특허권 수호자로서의 미국의 공평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국제적인 여론이 삼성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삼성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일방적인 애플 구하기에 나선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편파적’이라는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ITC 결정을 뒤집은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ITC 결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김성기 한국국제지적재산보호협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ITC 결정을 번복하는 행정권한을 행사해 ‘자국보호주의’라는 국제적 비난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번에 ITC가 내린 삼성제품의 수입금지 결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해 미국정부는 특허권 보호에 대해 공평하다는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