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공판..검찰 압수한 SK 내부 보고서의 진실은?

by김현아 기자
2012.05.09 08:54:32

'임원 성과급 출금때 주의하라'..독후파기(讀後破棄) 문서 발견
2010년 그룹 세무조사 대응문건이 검찰측 증거로 돌변
회장 횡령 아니어도 SK그룹 도덕성 타격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8일 재개된 최태원 SK(003600)회장과 최재원 수석 부회장 회삿돈 횡령 혐의 공판에서 검찰 측 증거물인 외장하드 내 SK 내부 보고서가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공판에는 2010년부터 최 회장의 개인자금 관리 업무를 맡았던 SK그룹 재무실 소속 부장 손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손씨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 외장하드 파일 250여개에 대한 확인 심문을 진행했다.

이 외장하드는 손씨 집 서랍 맨 밑칸에서 발견된 것으로, 겉으론 성인물 동영상의 형태를 띄지만 검찰이 복원하자 ▲저축은행 등 최 회장(T)의 차입금 현황 및 향후 방안 ▲ 그룹 주식 이동 관련 보고 ▲FY 09년 회계연도 임원성과급(IB) 지급 검토안 및 IB관련 조치 요망사항 ▲지급 및 대여금 회수 Flow ▲2010년 그룹 세무조사 당시 작성된 Fact 문건 등이 발견됐다.

손 씨는 이날 외장하드의 실체는 인정하면서도 Fact 문건을 제외한 대부분에 대해 작성자를 "잘 모른다"고 반복했다. 하지만 문서 내용 중 자금 흐름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도 인정하는 바람에 SK그룹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 회장이 회삿돈 횡령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SK그룹 계열사들이 베넥스 펀드에 투자할 당시 최 회장의 재정 상태가 매우 어려웠으며 ▲과다지급된 임원 성과급이 최 회장 개인 재산 문제와 얽혀 있다는 것과 ▲2010년 세무조사 대응을 위해 그룹 재무실이 긴밀하게 움직였고 이 때문에 되려 횡령까지 의심받게 됐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원 성과급 출금때 주의하라..독후파기(讀後破棄) 문서 발견 검찰이 압수한 외장하드에 들어있는 'FY 09년 회계연도 IB 지급검토안'와 'IB관련 조치 요망사항' 등의 문서에 따르면 SK는 회사가 지급한 임원성과급(IB)으로 2차 계좌를 통해 최 회장 자금을 마련하는 걸로 돼 있다.

뿐만 아니라 Top(최태원 회장)이 전모씨로 부터 20억을 차입했고, Top이 전씨에게 연 5%의 이자(연간 1억)를 주게 되는데 이에 계열사가 전씨에게 상근 고문 대우를 해주는 걸로 돼 있다. 실제로 전씨는 SK 계열사에서 감사 등으로 활동했다. 이에 검찰은 "특이한 내용"이라면서 "이럴 정도로 최 회장의 자금 상태가 안좋았나"라고 물었고, 증인 손씨는 "모르겠다, 작성자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이 읽고 찢어버리라는 의미의 '독후파기(讀後破棄)'라고 적힌 문서(IB관련 조치 요망사항)를 보여주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문서에는 '2006년부터 5000만원 이상 모든 현금거래는 FIU(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가 의무화된 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라. 통상적인 가계자금 지출 용도로 보일 수 있도록 현금과 수표 등으로 나눠 인출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원범 부장판사는 "IB부분은 SK계열사들이 베넥스 펀드에 투자할 당시 피고인 최태원의 자금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간접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고, SK 역시 임원 IB를 통한 대응은 인정하지만 경위나 사용처 등에 대해서는 검찰측과 이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