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전략)삼성전자 vs 현대중공업 구도의 이면

by시장부 기자
2008.01.31 08:25:10

[이데일리 시장부]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0bp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3% 수준까지 떨어졌고 최고치 대비 총 225bp가 인하됐다.
 
금리인하 소식에 주가는 장 중 상승으로 화답했지만, 고질적인 신용리스크와 경기급랭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하락 마감했다. 계속되는 금리인하에 대하여 주식시장은 미온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반대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강화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금리를 인하해도 일련의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인데, 이는 과거 금리인하 국면에서 우리가 자주 접했던 상황이다. 공포심리가 팽배하고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선 어떠한 호재도 호재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지금의 미국시장이 이에 해당하는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앙은행과 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 시장은 온갖 악재에 둘러 쌓여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에 진입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당사에서는 기업이익이 전혀 증가하지 않는 것을 가정했을 때 적정 코스피를 1540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코스피 역시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봤을 때 1.3배로 낮아 청산가치를 고려하더라도 가격 조정의 골이 깊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대외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대내 수급여건이 불리해 시장이 하락과 반등을 거듭하는 바닥확인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작년과 판이하게 다른 주가 흐름은 비단 지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종목별로도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대조적인 움직임이 뚜렷하게 포착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중공업(009540)이 아닌가 생각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은 해당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부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각각 IT와 조선, 기계 산업의 집결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두 종목의 주가는 2007년 삼성전자는 -9.3%, 현대중공업 +251.2%으로 코스피(+32.3%)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2008년에는 삼성전자 +2.7%, 현대중공업 -35.4%로 역시 코스피(-16.2%)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전망해 보자.

첫째, 이익 측면. 2008년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FN가이드 컨센서스 기준으로 삼성전자 7조5461억원, 현대중공업 2조4066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1%, 41% 증가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것만 놓고 봤을 때에는 따로 노는 두 종목의 주가 움직임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익 추정치가 조정된 발자국과 지난해 이익 성장률을 돌아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1년 전에 비해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6만162원에서 5만1144원으로 15.0% 하향 조정되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1만9084원에서 3만452원까지 59.6%나 상향 조정되었다 
 
이는 2007년의 이익 성장과 주가 상승이 공히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삼성전자는 눈높이가 낮아질 대로 낮아졌고 현대중공업은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익 추정치의 상향 및 하항 조정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둘째 밸류에이션 측면. 시장이 새해 벽두부터 미국, 중국 등 글로벌 리스크에 힘없이 밀리다 보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부담스러웠던 종목은 주가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연초 현대중공업의 주가수익률(PER)은 2008년 예상 EPS 기준으로 14배 수준이었고, 삼성전자는 10배 수준이었다. 지금은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해 밸류에이션 부담은 덜어낸 상황이지만, 향후 2008년 예상 실적이 낮아지게 되면 다시 밸류에이션은 높아질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이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셋째, 수급 측면. 무엇보다 당장 닥친 문제는 수급에 있다. 2007년 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1.9조원으로 거래소 내 비중이 8.6%까지 내려간 반면,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33.6조원으로 거래소 내 비중이 3.5%까지 올라갔다.
 
지난 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최저 7.6%까지 낮아지고 현대중공업은 최고 3.9%까지 높아졌는데, 시장 대비 다른 움직임을 보였던 주가도 큰 몫을 차지했지만 그러한 주가를 만들었던 데에는 기관투자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기관투자가들은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 29일까지 현대중공업을 1.1조원 순매수했다. 이는 2007년 말 시가총액 대비 3.3%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2007년 들어 5월말까지 오히려 2.3조원을 순매도했고 이후에도 이렇다 할 입질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의 모기지 관련 손실규모가 확대된 11월부터 최근까지 2.5조원을 급하게 다시 사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망이 반도체 부문의 부진으로 그리 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시장 대비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비중을 중립 수준까지 높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또 외국인에 이어 기관까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지수 저점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주말 나오는 미국의 고용지표와 설 연휴 전 전격적으로 단행될 지 모르는 중국의 긴축조치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 같은 고비를 하나씩 넘기면서 시장은 바닥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이는데, 앞에서도 밝혔듯이 기업 이익이 하나도 성장하지 않는 것을 가정할 때 적정 코스피는 1540선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투매로 인해 이 보다 주가가 더 하락한다면 공포에 휩싸여 추격 매도하기보다 제반 변수들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한 투자자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고 업황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IT, 자동차 업종과 외풍에 비교적 덜 시달리는 유틸리티, 제약, 음식료, 보험 등 내수주의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