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치킨집 사장 재취업 돕는 전국민고용보험…일자리 창출 첫걸음

by최훈길 기자
2021.02.23 05:30: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고용안전망 강화하자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악 고용한파…‘촘촘한 안전망’ 고용보험 확대가 최선
전국민 고용보험 앞당기고 자영업 소득 투명하게 파악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월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며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 팬데믹이 노동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다른 경제지표에 비해서 고용 회복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던 우울한 예상이 맞아 들어가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실업자는 157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1만 7000명(36.2%) 증가했다. 취업자는 10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임시·일용근로자가 79만 5000명(13.7%),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가 22만 3000명 줄었다. 산업활동과 수출은 회복하는데, 노동시장의 하층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 상황을 두고 K-자형 회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양극화의 심화인 것이다.

일터에서 밀려나고 생활의 터전이 무너져내린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용보험이라는 안전망의 보호 속에서 재기를 도모하고 있을까. 아니면 헤어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고용보험은 여러모로 훌륭한 제도다.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주고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보험 원리에 따라 위험에 처한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낙인효과’ 없이 비교적 넉넉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경기가 나쁠 때는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돈이 시중에 더 많이 풀린다. 불황 때 경제를 떠받치는 기능도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업자 중에서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는 사람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이번에 실업자가 된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일례로 임시·일용근로자는 법적으로 고용보험 적용대상이다. 하지만 피보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고용주의 신고가 있어야 하는데, 영세사업장의 단기고용 근로자들은 이 관문을 넘기 어렵다.

자영업자는 애초에 법적으로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다. 실업의 위험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용보험을 적용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고용보험은 고용주가 자기 회사 근로자라고 신고해야 가입할 수 있고, 사업주가 이 근로자는 더이상 소속 직원이 아니라고 확인해 줘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고용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이런 방식으로 설계된 제도에 부합하는 사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고, 동시에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갖기도 한다. 어떤 일자리는 임금노동 일자리가 아니라서 딱히 고용주가 없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보다도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사회변화는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는 데 있다. 특수고용노동자(특고)가 대표적이다. 배달노동자, 보험설계사, 학원강사 등과 같이 위험을 스스로 통제하면서 사업을 영위한다고 보기 어려운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고용보험이 실업자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 재기를 도모하게 한다는 고용안전망 본연의 기능을 다하게 하려면 개혁이 필요하다.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임금근로자에서 전체 취업자로 확대하고, 모든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이것은 결국 보험료 부과의 기준을 고용 지위에서 소득으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파악 인프라가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 임금뿐 아니라 노무 제공의 대가로 받은 모든 보수, 나아가 자영업 활동을 통한 사업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개의 일자리가 있으면 모든 일자리에서 나오는 소득을 합산할 수 있어야 한다. 특고나 자영업자의 소득파악 주기를 단축해야 한하다.

정부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는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넓히고 보험료 부과와 급여지급의 기준을 소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모두 담겨 있다. 정부가 바꿔나가야 하는 방향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목표 시점을 5년 후로 잡아 높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영업 소득 파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앞당기고 제도 시행도 서둘러야 한다.

사고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안전망이 촘촘하고 소득보장이 관대해야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사회가 될 수 있다.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특별한 기술이 없거나 숙련이 부족한 노동자일수록 더 숨돌릴 여유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정규직 임금노동자가 되게 해 달라’는 구호는 허망하다.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뒤를 받쳐준다면 고용시장에서 밀려났더라도 다른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누군가 제도를 악용해서 놀고 먹을 것이라는 우려는 거둬들일 때가 됐다.

기본소득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는 제도이다 보니 작은 금액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소득보장제도가 되는데 족히 20-30년은 걸릴 것이다. 게다가 누진적인 증세를 재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오히려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문재인정부는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