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산으로 가는 온라인 플랫폼법…수술대 위에서 의사들이 싸우다

by김현아 기자
2021.02.08 05:00:00

공정위, 방통위 소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2월 국회 상정
심사숙고한 EU와 일본…실태조사마저 허술한 한국
토종 플랫폼 빅테크와 경쟁하는데…입법 목적이 뭐냐
부처 다툼에 중복규제 우려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2월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앞다퉈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에 나서면서 기업들 걱정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마련했고, 방통위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전혜숙 의원법안)’을 밀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산업 생태계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행위나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플랫폼 영향력 강화에 따라 일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전문가들도 당장 법을 만드는 것은 졸속, 과다, 중복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MRI 촬영 없이 수술대 위에서 의사 두 명(공정위·방통위)이 서로 수술하겠다고 싸우다가 환자(K-플랫폼)가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법은 계약서 작성 사전 규제와 분쟁조정협의회 설치를, 방통위법은 거래 기준 권고와 분쟁조정위 설치 등을 담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입법 근거 중 하나는 EU의 ‘온라인 중개서비스의 상업적 이용자를 위한 공정성·투명성 규정(2020년 7월 시행)’과 일본의 ‘특정 디지털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2020년 6월 공포)’이다.

하지만 두 법은 최소 5년 이상 논의의 결과물이고 EU는 2017년, 일본은 2019년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부실한 조사에 지난해 말부터 입법 논의가 본격화된 우리나라와 다르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규제 근거 마련을 위해 중소기업연구원이 오픈마켓을 조사했는데 2020년 국내 오픈마켓 판매자 수가 20만개를 넘고, 해마다 2만 개 정도가 신규 등록함에도 판매자 300개를 조사했다”며 “몇 억원이라도 들여 제대로 실태조사를 해야지, 그렇지 않고 규제하면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정위법과 방통위법은 EU와 일본 법의 조항들을 준용했고 일부는 더 세게 만들어졌다. EU 규정에 있는 ‘검색엔진 순위 변수에 대한 설명 의무’는 ‘거래되는 재화·용역의 노출 순서에 대한 계약서 교부(공정위법)’, ‘대규모 사업자 대상 노출 순서 결정기준 공개(방통위법)’로 강해졌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은 “EU는 자국 내 플랫폼 기업이 없어 미국의 빅테크(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규정을 만들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있는 우리는 다르다”면서 “미국이 플랫폼법을 입법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거래 관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규율한다는 점에서 공정위법과 방통위법 내용은 같다. 기업으로서는 자료 제출은 물론 규제를 두 부처에서 받아야 하는 셈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인터넷 플랫폼을 부가통신사업자로 거의 규제하지 않은 덕분에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는데, 공정위가 치고 나가니 방통위까지 나서 규제 과잉에 중복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복 논란을 의식한 듯 이원욱 국회 과방위원장은 지난 5일 “가까운 시일 내에 정무위원장, 저, 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 정무위 간사인 유동수 의원이 모여 가닥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