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돈의맛]저축 따분하면 달러예금·골드통장 해볼까
by김범준 기자
2020.11.14 09:00:00
안전자산 선호 늘며 달러·金 수요 증가
4대 은행 ''달러 예금'' 잔액 올해 24.1%↑
''골드뱅킹'' 잔액도 많게는 1.5배 늘어
"금리 낮고 환율·시세 변수 따져봐야"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최근 초저금리 환경으로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가면서 은행 예·적금 상품들의 금리가 사실상 연 0%대에 들어갔다. 단 0.1%포인트라도 이자를 더 주는 곳이 있으면 예금이 줄줄이 이동하는 ‘금리 노마드(유목민)’ 현상은 흔한 풍경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서 외화예·적금이 대체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10월) 말 기준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580억4651만달러(약 64조7393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7%(84억 달러)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6.9%(32억 달러) 증가폭보다 큰 규모다.
특히 ‘달러 예금’으로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동안 달러 예금 잔액은 95억달러 늘어난 488억0049만달러를 기록했다. 10개월 사이 24.1%가량 늘었다. 지난해 1년 새 5.3%(20억 달러) 증가폭에 비해 속도가 5배 가까이 빠르다.
개별 은행 상품도 인기다. 하나은행이 올해 9월 초 새롭게 선보인 ‘일달러 외화적금’은 출시 한 달만에 가입좌수 1만좌 및 가입금액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돌파했고, 지난 6일 기준 2만4492좌와 387만6741달러(약 43억원) 실적을 기록 중이다. 하나은행이 역대 출시한 외화적금 상품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다.
이 상품은 가입기간 6개월로 매월 1달러부터 최대 1000달러까지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로게 납입할 수 있고, 5회까지 분할 인출도 가능하다.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면 현찰수수료 없이 실제 달러 지폐로 바로 찾을 수 있다. 가입자가 지정한 환율을 알려주는 환율 알림 등 자산관리 기능도 탑재했다. 내년 3월2일 전까지 가입할 경우 연 0.1% 이벤트 금리도 추가로 제공한다.
우리은행 ‘환율 케어(CARE) 외화적립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이체 외화금액을 조절해 매입 및 적립이 가능하다. 기본금리(입금일에 따라 상이)에 기간별 예치 건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최고 연 0.3%포인트까지 제공한다. 이밖에 환전수수료 및 해외송금수수료도 우대해준다.
신한은행 ‘달러 모어(More) 환테크 적립예금’은 입금 시 최대 70% 환율우대를 제공한다. 또 상한환율과 하한환율을 지정해 그 사이 구간에서 자동이체로 50% 환율우대를 통한 입금도 가능하다.
국민은행의 ‘KB국민UP 외화정기예금’은 12개월 만기 상품으로, 1개월 단위로 금리가 상승하는 계단식 금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외송금 및 무역거래 등 외환거래 실적에 따라 각각 연 0.1%포인트 우대이율도 제공한다.
이른바 ‘골드뱅킹’도 외화예금과 같이 인기 대체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골드뱅킹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골드통장 등 금(金) 관련 예·적금 상품을 말한다. 개당(1kg 기준) 약 8000만원이나 하는 실물 골드바 구입 대신, 금을 최소 0.01그램(g) 단위(약 800원)로 구입해 적금에 가입하듯이 돈을 넣을 수 있다. 단, 실물 금을 제공하지는 않고 서류 상으로만 기록하면서 금 시세 및 환율을 반영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대표적 골드뱅킹 상품인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잔액은 지난해 말 4285억원에서 지난달 말 4664억원까지 약 8.8%(379억원) 늘었다. 가입 계좌수도 14만9587좌에서 15만8099좌로 5.7%(8512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이 골드뱅킹 잔액은 275억원에서 454억원까지 1.5배 이상 커졌고, 국민은행의 골드뱅킹 잔액도 802억원에서 835억원까지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환율 하락으로 달러 가격이 많이 떨어진데다 경제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와 금 등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도 “다만 외화예금은 판매 시 금리가 확정된 원화예금 상품과 달리 매일매일 현지 상황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고 대체로 국내에 비해 금리가 낮은데다 별도 보험료 비용, 환율 변동에 따른 환손실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