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동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양극화 심화"

by하지나 기자
2020.10.13 06:00:00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대출 규제 강화, ''제한적참여'' 발생"
"부동산 유무에 따라 재산차이 커"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 필요, 공급정책도 함께"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10억원짜리 부동산을 갖고 있느냐, 100억원 짜리 부동산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느냐, 없느냐이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가 투기세력 뿐 아니라 실수요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오히려 자산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40%, 9억원 초과 20%, 15억원을 넘어설 경우 전면 금지된다.

그는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제한적 참여(Limited participation)’를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예를 들어서 부동산을 10억원 갖고 있느냐, 100억원 갖고 있느냐 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이다”면서 “미국의 경우 주식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재산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안 교수는 “우리가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것이 20~30대 무주택자들”이라면서 “현재 집값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가 월급만을 모아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책이 성급하게 이뤄지면서 실제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쓴소리했다. 결국 대출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제한적 참여를 야기했고, 전셋값 상승에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흔히 자산가격 변동에 있어서 통화정책을 쓰지 말라고 한다. 통화정책은 무딘칼이기 때문”이라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대출규제의 미세조정이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세심하지 못한 정책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그는 앞서 급격한 대출 규제가 갭투자를 부추기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셋값이 ‘그림자LTV’로 작동하면서 투기 수요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실수요자들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급 정책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전히 집값이 안정화하지 못한 이유 역시 정부가 공급 정책 없이 수요를 억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자칫 대출 확대가 수요를 자극하면서 안정화된 집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대출 완화와 더불어 이들에게 특화된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해 수요 압박을 소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