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제 온다]①알약 대신 게임·VR·앱 처방한다

by노희준 기자
2020.08.05 06:00:00

FDA 6월 세계 최초 스마트폰 게임 ADHD 치료제 승인
약의 패러다임 변화로 게임, 앱, VR로 질병 치료 시대
환자 행동과 인지 바꿔 병 치료하는 '머리로 먹는 약'
부작용 적은 새로운 치료법이자 미래 제약업 새먹거리
식약처, 이달 인허가 가이드라인 내놓을 예정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이제 약을 가지고 놀(play)때가 됐다. 약을 개발하고 전달하는 방식을 바꿀 때가 된 것이다. 중증질환의 약이라도 재미있고(fun) 매력적일 수 있다.”(아킬리 인터렉티브)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게임’을 소아 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는 약으로 승인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아킬리 인터렉티브’의 ‘엔데버Rx’라는 게임이다. 캐릭터를 조종해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이지만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게임을 반복하면 뇌의 특정부위(전두엽 피질)를 활성화해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게 임상에서 입증됐다.

약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먹는 알약이나 주사제를 넘어 게임, 앱(응용프로그램), 가상현실(VR) 등 ‘소프트웨어’로 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왔다. ‘디지털 치료제’의 도래다. 디지털 치료제는 ‘머리로 먹는 약’(웰트 강성지 대표)으로 통한다. 주로 반복 훈련과 코칭·상담으로 환자 행동과 인지를 바꿔 병을 치료해서다.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면 환자에게는 독성과 중독 등의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행동교정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 우울증, 알코올중독, 치매, 불면증 등 정신질환은 물론 생활습관이 중요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서 큰 치료 성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제약 바이오 회사에는 디지털 치료제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치료제는 알약을 먹는 1세대 합성의약품과 항체, 단백질, 세포 등 생물제제를 주사제로 맞는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신약으로 분류된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창업한 ‘뉴냅스’는 시각장애 개선 VR프로그램 ‘뉴냅비전’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허가를 받아 임상 중이며 내년 상반기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라이프시멘틱스’는 호흡기질환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숨튼’을 개발중이다. 내년 1분기 허가를 받아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C랩(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분사한 ‘웰트’는 근감소증 치료 앱을 만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제에 선정된 ‘에임메드’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로 2025년 FDA 허가를 노린다.

식약처 역시 본격적인 시장 조성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 가이드라인 초안을 지난주 업계와 전문가 등에게 전달했다”며 “이달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큰 이견이 없으면 이달 최종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