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엇박자’?..정부 내부도 ‘타다’ 미묘한 입장차

by김현아 기자
2019.11.02 09:26:34

홍남기, 김현미, 박영선 검찰 성급했다 비판 머물러
7월에 법무부 보고한 검찰..대책에 무심했던 정부
김상조, 장병규는 타다 혁신 인정
택시업계 재산권과 혁신 아이디어 동시 추진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승합차와 운전자 모두를 빌려주는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갈등 해결에 손 놓고 있던 정부가 검찰 기소 이후 앞다퉈 검찰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 등 대부분의 고위 관료들이 검찰 기소가 ‘성급했다’는 지적은 하지만, 정부안으로 밀고 있는 국토교통부 안에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반면, 스타트업(초기벤처)들은 정부 안이 택시 업계에 치우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정도만 ‘타다’의 혁신성장을 지지하면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택시의 재산권과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미래 비전을 고려한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타다 관련 글을 올렸다. 홍 부총리는 “그 상생해법이 충분히 강구되고 작동되기 전에 이 문제를 사법적 영역으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주무 부처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년 가까이 택시업계, 스타트업 기업과 두루 논의해 법안을 제출했고 며칠 후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는데 사법적으로 접근한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도 “국회에서 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인데도 검찰이 너무 앞서 나갔다”면서“지금 정부의 방침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네거티브 규제(법에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두 허용)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언급은 출시된 지 겨우 1년 갓 넘은 ‘타다’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을 사실상 택시 제도에 편입하려 몰아붙였던 얼마 전 당정청 움직임과 다르다.

게다가 검찰은 ‘타다’ 기소 전인 7월 18일 법무부에 보고했고, 법무부는 1~2개 월 처분 일정 연기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타다’ 기소 당일(10월 28일)에도 대검으로부터 사건 처리 예정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7.17 국토부 대책’ 발표 이후 정부에는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있었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쳤고, 검찰이 기소하자 뒷북 비판에 나섰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토부는 타다가 정부 개편안 논의와 온도 차가 나는 서비스 1만 대 확장 계획을 발표하자, 타다의 유상운송 근거조항을 바꿔 불법으로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는 국토부를 비판했다. 그는 30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내변호사회 주관 행사에 참석해 “국토부가 (타다 서비스를) 일단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여기에 맞는 후행 규제를 만들겠다고 빠르게 선언했다면 지금처럼 갈등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까지 네거티브 제도를 강조했지만 (국토부는) 택시 업계가 피해를 본다고 하자 실제 피해를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그저 ‘너희도 택시가 돼라’고만 했다. 이렇게 되면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업이 효율화될 수 없고 모든 게 어려워진다”고 하소연 했다. ‘7.17 국토부 대책’부터 입법안까지 일방적인 택시 편들기라는 시각이다.

▲10월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타다 본사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조합원들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확대 운영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검찰 비판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타다의 혁신선장을 인정하고 국토부 현재 안과 온도 차 나는 발언을 한 고위 관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언론과 만나 “불법이라거나 그게 혁신의 상징인지 증명해 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증명할 수 있으면 혁신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렌터카로 택시를 하는 거라면 혁신요소가 없을 것이나, 자율차 기술, 빅데이터를 결합해 새로 만들어 낼 운송서비스업이라면 누구도 예측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정부의 책무”라면서 “택시 운전자들의 재산권과 혁신사업가의 아이디어 재산권도 보장하는 등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도 최근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국토부와 다른 발언을 했다. 그는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생각하나 현재의 속도(국토부의 입법안)라는 것이 좀 더 지혜로운 토론을 하고 가는 게 적절하지 않느냐고 본다. 택시의 재산권과 함께 신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