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통, 세계로]②'쇼' 보듯 흥미진진…현지 안방 시선 채널 고정

by이성웅 기자
2018.10.29 07:01:00

CJ오쇼핑 태국 현지 합작 ''GCJ'' 업계 첫 흑자
엔터 요소+현지화로 점유율 1위
플랫폼 수출, 중장구 수익 ''탄탄''…시너지 효과도

태국 CJ오쇼핑 ‘GCJ’ 방송 중 일부 (자료=CJ오쇼핑)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국내 주요 유통사들이 플랫폼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유통 산업이 내수시장의 포화와 규제 강화로 성장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유통사들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해 한국형 홈쇼핑의 새 장을 연 홈쇼핑 업계를 필두로 ‘택배 한류’ ‘편의점 한류’ 등 ‘유통 한류’를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홈쇼핑사들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해외 사업을 다듬어 왔다. 그 결과 현지 1위로 올라서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CJ ENM(035760) 오쇼핑부문(이하 CJ오쇼핑)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터키와 일본, 베트남, 인도, 중국 등 다양한 국가로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의 정치적 상황과 경기침체 등 외부적인 요인과 경쟁심화 등으로 인해 별다른 소득은 내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터키와 일본, 중국 남방, 인도 사업을 정리했다.

반면 태국 현지에 설립한 홈쇼핑 합작법인 GCJ는 한국식 홈쇼핑을 현지 시장 환경에 맞게 적용하며 현지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GCJ는 태국 현지 인력을 매년 국내에서 교육시키는 방식으로 한국식 홈쇼핑의 현지화를 꾀했다. 현재 현지 합작법인에 있는 한국인 주재원은 3명에 불과할 정도다.

GCJ는 지난해 취급액 65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태국 진출 당시 29억원에 불과하던 취급액이 5년 만에 20배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는 이보다 약 15% 증가한 74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홈쇼핑 역시 지난 2009년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해 현재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와 러시아 등 해외 7개국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 형태로 홈쇼핑사를 운영하고 있다.

홈쇼핑에 이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유통 업태로는 물류와 편의점이 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CJ대한통운(000120)은 내년 5월까지 태국 방나 지역에 7만1900㎡(약 2만2000평) 규모의 중앙물류센터를 건설한다. 이 곳에서는 하루 40만 상자 규모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다.

태국은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씩 성장하는 곳이다. CJ대한통운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초기지로 태국을 선택했다.



편의점업계는 국내 시장 포화를 대비해 중장기적인 해법으로 아시아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BGF리테일(282330) CU는 지난 8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총 6개 매장을 동시 개점했다. BGF리테일은 몽골 현지 유통업체 ‘센트럴 익스프레스’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한국식 편의점을 몽골에 세우기 위해 준비했다. CU는 몽골 외에도 이란 테헤란 등지에 총 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GS리테일(007070) GS25 역시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점포를 확장 중이다. GS25는 연내 베트남 호찌민시 위주로 점포수를 총 30개까지 늘리고 향후 10년 내 점포 2000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최근에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해외 진출 계획을 밝혔다. 내년 상반기 중 베트남 현지에 ‘배달의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 앱을 선보인다는 게 목표다.

베트남은 평균 연령대가 30대일 정도로 젊어 스마트폰 등 IT 기기 사용 빈도수가 높고 전체 인구의 70%가 음식 배달 앱을 이용하고 있어 성장성이 기대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플랫폼 수출은 단순히 상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것보다 중장기적인 수익 창출 측면에서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한 채널이 진출하면 그곳에 납품하는 국내 중소기업 등 ‘유통 생태계’가 함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태국 대한통운 택배 배송 장면 (사진=CJ대한통운)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유통 플랫폼의 해외 진출은 부동산까지 마련해야하는 오프라인 기업과 달리 투자 위험이 적고, 함께하는 유통 생태계도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은 모델”이라며 “현지 파트너 선정과 해외 진출 타이밍이 중요한 승부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플랫폼 진출이 해외 거대 사업자들에 비해 늦었다는 의견도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기업이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에 비해 해외 확장 속도가 늦고 취급 상품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다소 약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면서도 “다만, 모바일 등 전자상거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동남아권 시장에서 한류 콘텐츠 등을 무기로 승부한다면 그나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