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태풍]③"김영란법 논의 직후 매출 30% 급감...영세업자 목소리 귀기울여야"

by유근일 기자
2016.07.19 06:30:00

문상섭 화원협회장 인터뷰
전국 꽃집 1만여곳 매출 5000만원도 안돼
"법 시행시 폐업 속출할 것"

[글·사진=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문상섭(61·사진) 한국화원협회장은 지난 2011년 2월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꺼낸 “공무원이 3만원 이상의 난(蘭)을 받으면 징계한다”는 한마디 이후 문 회장은 인사철을 맞아 난 농가로부터 사들였던 난 화분을 모두 처분해야만 했다.

문 회장은 “김 전 위원장의 말이 나온 이후 전국 꽃집과 난 재배 농가는 그 해 장사를 접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5년이 지난 지금도 상위 부처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산하기관의 직원과 공무원들은 아직도 승진 축하 난을 구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화원업계는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가 됐다. 문 회장은 “2011년 당시 김영란법이 처음 논의됐던 직후 화원의 매출이 30%로 급감했다”며 “매년 3월로 예정돼있는 인사철에도 이제는 난이 나가지 않아 비상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화원협회는 인사철이 돌아올 때 마다 각급 기관에 승진 축하 난을 들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과거 매출 수준 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당시에 대통령이 보내는 난의 가격이 20만~25만원에 달했지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논의된 이후에는 청와대 온실에서 직접 난을 키워 보낸다는 말이 나오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보내는 난도 한계가 있고 지방 공무원들까지 모두 챙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꽃집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오는 9월 시행되는 김영란법이 2011년 이상의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회장은 “그나마 한우나 조기, 인삼과 같은 제품들은 먹는것인 만큼 김영란법이 시행되더라도 어느 정도 판매가 이뤄지겠지만 꽃은 ‘안 사도 그만’인 품목”이라며 “선물로 나가는 꽃을 팔지 않는다면 꽃집들은 줄폐업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꽃집의 절반이상은 연 매출 5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만6910개 꽃집 중 1만개는 연평균 966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 그는 주요 공직자의 부패를 막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아무런 대책 마련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문 회장은 “공직자 한 마디 말과 정책 변동 하나로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부패한 공직자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힘 없는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가게 생긴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계 차원의 자구노력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화원협회는 2013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착한꽃집’을 지정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꽃 산업 발전을 위해 재사용 화환을 사용하지 않는 우수 꽃집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문 회장은 “재사용한 꽃을 쓰지 않고 행사가 끝난 후에는 꽃 한 송이씩 손님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화환인 만큼 기존 화환보다는 다소 가격이 비싸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꽃 산업 발전을 위해 도입한 신화환도 보급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상섭 한국화원협회장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부패한 공직자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힘 없는 자영업자들이 먼저 죽어나가게 생긴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