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02.24 06:01:00
산업부 '한시적 전기료 인하' 검토 배경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한시적(7~9월) 전기요금 인하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저유가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원료 구입비가 급감해 한국전력(015760)공사의 실적은 늘어나는데 전기요금은 요지부동인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측에서는 누진제까지 개편해 비합리적인 체계를 함께 손보자는 입장이어서 인하론을 둘러싼 입장 차가 예상된다.
한전은 저유가 여파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6.1% 증가한 11조3467억원에 달했다. 앞서 한전은 2013년 11월 전기요금을 5.4%로 인상했다. 이어 한전은 저유가 여파와 맞물려 2013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해에는 서울 삼성동 옛 한전 부지 매각 수익까지 맞물려 흑자폭이 커졌다.
그러나 한전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실적을 내는 동안 국민 부담은 늘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 원가는 2011년보다 7.1% 하락했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2011년 평균 89.3원/kWh에서 2014년 111.3원/kWh으로 오히려 24.6% 올라갔다. 원가 하락과 전기 요금 간에 정상적인 시장 매커니즘이 작동되지 않는 셈이다.
더군다나 현재는 전력수급 상황이 양호해 사실상 전기 공급이 많은 상태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현재 LNG 발전소의 경우 가동률이 10%대에 불과할 정도로 쉬는 공장이 많다”며 “공장 가동률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전력소비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한시적 전기료 인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온도차가 있는 업계 여론, 소비자들의 요구들을 고려한 타협책”이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한시적 인하로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누진체계까지 개편해 이 비용 이상으로 요금인하를 단행하는데는 선을 긋고 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누진체계까지 고치려면 복잡한 문제들이 많아 당장에 할 순 없다”며 “나머지 한전 이익은 요금 인하가 아니라 2020년 신기후협약을 앞두고 신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섣부른 전기요금 인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와 같다”며 “유가가 내렸다고 전기요금을 내리면 전기 사용량도 늘게 된다. 지금의 (한전) 흑자는 요금 인하보다는 에너지 신산업 투자에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누진율(최고·최저구간 요금차)는 11.7배로 일본(1.14배), 미국(1.1배)보다 높아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실제 사용량에 따라 계산해 보면 41.6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전력 판매단가(2012년 1kw 기준)가 주택용이 119.99원, 대기업이 78.32원으로 일반 가정이 대기업보다 비싼 전기요금을 부담해왔다고 주장한다.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전 국민이 돌려받기, 부당한 요금체계의 사용 금지, 산업용보다 비싼 단가로 주택용 요금을 책정하지 못하게 하는 게 원고 요구의 핵심”이라며 “누진체계를 개편해 전기요금 인하 결과까지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