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일감몰아주기 10% 줄인다..왜?

by김현아 기자
2013.03.10 12:22:14

새정부 공정거래법 개정 대응 차원..항소는 예정대로
SK C&C보다 내부거래 많으면 줄여야 하나..척도 논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그룹은 올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때 계열사인 SK C&C(034730)에 맡겼던 물량을 작년보다 10% 줄이고, 그룹 광고도 계열사인 SK플래닛(전 SK마케팅앤컴퍼니)과 수의계약했던 관행을 깨고 외부 업체와 경쟁시키기로 했다.

이는 새정부 출범후 강화되고 있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10일 “SK텔레콤(017670)과 SK이노베이션(096770) 등 주력 계열사 두곳에서 올해 SK C&C와의 거래 규모를 각각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면서 “작년 SK C&C와 2150억원의 계약을 맺은 SK텔레콤은 올해 10% 감소한 1950억원으로 낮추었고, SK이노베이션도 SK C&C와의 거래물량을 작년 455억원에서 올해 390억원으로 14.2% 감축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등은 또 계열사인 SK플래닛(전 SK마케팅앤컴퍼니)에 주로 광고를 맡겨왔으나 올해부터는 경쟁입찰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수년 전부터 외부업체까지 참여한 프리젠테이션을 해 왔지만 다른 회사는 대부분 수의계약이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소위 재벌에 대한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를 규제하지 않는 대신 사후 규제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공정거래법 강화를 추진 중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만 부당지원행위로 규정하는 현행법은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삭제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근거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되면 부당지원을 가리는 기준이 정확하지 않아 정치 분위기에 따라 처벌만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SK그룹은 스스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 경제민주화 논쟁이후 변화된 분위기에 맞추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정위로 부터 받은 계열사 부당지원 과징금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SK그룹이 총수 지분이 많은 SK C&C에 일감을 맡기면서 대금을 일반적인 거래 관행과 달리 정부고시 단가대로 높게 지급한 것은 부당지원이라고 했지만 어찌해야 부당지원이 아닌지는 적시하지 못했다. 고등법원 판결에서도 객관적 규범으로 통했던 정부고시 단가를 문제 삼으면서도 10% 할인하면 되는지, 40% 할인하면 되는지 설명하지 못한 것. SK그룹은 항소한 상태다.

한편 이번 조치로 1998년 그룹 계열사 전산실을 통합해 출범한 SK C&C의 내부 거래 비중은 2000년 89.9%대에서 지난해 65.5% 로 올해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2011년 말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LG CNS(45.5%)를 제외한 삼성SDS(63.1%), 현대차(005380)그룹의 현대오토에버(90.9%), 포스코ICT(022100)(73.0%),한국KDN(90.9%), KT(030200)그룹의 KTDS(99.7%) 등은 여전히 내부 거래비중이 높다. 하지만 단순히 내부거래비중이 높다고 해서 부당지원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